증권사 위탁매매 쏠림 심화…수익 다각화 '과제'
증권사 위탁매매 쏠림 심화…수익 다각화 '과제'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6.1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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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수수료 이익서 수탁수수료 이익 비중 증가 지속
새로운 비즈니즈 모델로 증시 정체기 리스크 대비해야
수수료수익 중 수탁수수료 비중(자료=금감원)
수수료수익 중 수탁수수료 비중. (자료=금감원)

증시 활황이 지속되면서 증권사 실적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개인 고객들의 증권거래를 중개해 얻은 수탁 수수료가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앞으로 주식시장이 침체하면서 투자자가 이탈할 경우 증권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의 작년 수탁 수수료 수익은 7조924억원으로 1년 전 3조4636억원 대비 104.8% 늘었다.

이에 따라 수탁 수수료 이익이 전체 수수료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6.5%에서 작년 52%로 늘었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주식거래가 급증한 영향이다. 

회사별로 보면 삼성증권이 작년 7872억6000만원 가량 수탁 수수료를 거둬들이면서 전체 수수료수익에서 수탁수수료 비중이 73.3%를 차지했다. 1년 전 51.2%에서 22.1%p 늘었다.

같은 기간 매수 및 합병 수수료는 54.81%, 집합투자증권(펀드) 취급 수수료는 9.8% 각각 줄어들며 전체 수수료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했다. 이외 자산관리 수수료와 신탁보수도 같은 기간 소폭 줄어들었다. 다만 기업공개(IPO) 시장 활황 영향으로 인수 및 주선 수수료는 602억8739만원에서 638억9926만원으로 5.9% 늘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작년 코로나19 기저효과로 수탁 수수료가 급격히 높아진 측면이 있고, 삼성증권이 리테일 영업 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 그쪽으로 수익이 몰린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 년 간 수탁 수수료 비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미래에셋증권과 신한금융투자다. 미래에셋증권은 2019년 39.6%에 그쳤던 수탁 수수료 비중이 작년 말 62.5%로 1년 새 22.9%p가 늘었고, 신한금융투자도 같은 기간 43.9%에서 66.8%로 22.9%p가 늘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은 인수 및 주선 수수료가 1441억5500만원에서 896억9600만원으로 37.78% 줄었고, 채무보증 수수료도 552억800만원에서 362억800만원으로 34.4% 줄었다. 다만 집합 투자증권 취급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는 각각 1.4%, 58.9% 늘었다.

신한금융투자는 인수 및 주선 수수료와 자문 등 수수료는 늘었지만, 사모펀드 사태 영향으로 간접투자증권 수수료가 1년 전보다 48.8% 줄었다.

앞으로 주식시장이 정체될 경우, 투자자 이탈로 증권사 실적이 둔화할 우려가 있어 수익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 금융투자업계는 증권사 규모에 상관없이 위탁매매 중심의 수익구조를 보인다"며 "2000년대 이후 위탁매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정체된 수익성을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에 국내 금융투자산업의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신규 투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상장기업의 주식과 채권 중개 및 투자에서 벗어나 비상장기업의 주식과 회사채 등도 적극적으로 중개하고 투자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무형자산을 보유한 기업을 발굴하고 평가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가계가 보유한 부동산 관련 자산을 금융투자산업으로 유도해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반적으로 봤을 때 기업금융이나 자산관리 부문 수익이 둔화한 것은 아니며, 단순 직접투자를 넘어 투자 상품을 찾는 고객들도 많아지고 있어 증권사 실적은 앞으로도 호조를 지속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이 너무 활황이다 보니 개인 고객이 많이 늘면서 위탁매매 관련 수익이 폭증했고, 이에 따라 수탁 수수료 수익 비중도 많이 늘어난 면이 없지 않다"며 "다만 기업금융(IB)이나 자산관리 등 여타 부문 수익 역시 전년 대비 늘어난 곳이 많아 위탁매매 대비 다른 부문이 크게 쪼그라들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최근 투자자들은 증시가 박스권을 지나며 직접 투자 열기가 줄어들 경우 ETF(상장지수펀드) 같은 펀드나 ELS(주가연계증권) 같은 파생상품으로 대체해 투자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주식시장 정체기에 투자자가 바로 이탈해 증권사 주식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은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