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결국 '금리'에 기대야 하나
[기자수첩] 결국 '금리'에 기대야 하나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1.06.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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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부동산 시장 안정에 사활을 걸었지만, 집값 상승세가 여전히 매섭다. 출범 후 4년간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이 매년 수차례 발표됐지만, 결국 정부는 집값 잡기에 실패한 모습이다.

그간 이어온 전방위 규제에서 대규모 공급으로 정책방향을 틀었지만, 임기를 1년 남짓 앞두고 뒤늦게 시장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임기 막판에 터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과 집권여당 국회의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지며 부동산과 주택 공급 관련 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바닥을 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 정책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집값 하락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리'가 그 주인공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조정한다면, 나중을 대비한 정책 여력이 생기는 것"이라며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금리가 집값을 잡을 수 있는 방법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금리 인상으로 집을 사기 위해 받는 대출에 대한 월 상환부담이 커지는 것이 이른바 '영끌'을 이용한 매수세를 줄여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시중 금리와 서울 집값 상승률에 대한 연구 결과, 가계 대출 등을 통한 시중 유동성 증가가 주택 가격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구원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금리와 서울 아파트값을 비교한 결과, 평균 예금금리가 3.4%였던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연 평균 –1~2%를 보였다.

반면, 평균 예금금리가 1.8%로 낮아진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연 평균 4%를 기록했다. 시중 금리가 높았던 시점에 아파트값 상승률이 더뎠던 셈이다.

이와 함께 현 시점을 기준으로 시중 금리가 1% 오를 경우 수도권 집값은 연간 0.7%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금리 상승이 집값 하락으로 반드시 이어지진 않을 수도 있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과 이 주택들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 해당 주택이 투자 목적이 아닌, 실수요자들에게 돌아가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현재도 집값을 잡을만한 확실한 복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펼치던 중 대규모 공급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국민적 기대감은 높지 않은 실정이다.

스무 번이 넘는 부동산 정책보다 금리 인상이 집값 하락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씁쓸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