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은의 SWOT③] 새벽 깨운 김슬아, 성장·한계 갈림길
[박성은의 SWOT③] 새벽 깨운 김슬아, 성장·한계 갈림길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6.10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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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유통시장 '퍼스트무버' 5년 새 매출 329배 성장 가속
'만년적자' 꼬리표, 신세계·현대·쿠팡 참전에 좁아진 입지
미국 상장 새 동력 김포물류센터·CJ대한통운 제휴 승부수
마켓컬리를 창업한 김슬아 컬리 대표. [사진=컬리]
마켓컬리를 창업한 김슬아 컬리 대표. [사진=컬리]
 

장보기 이(e)커머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의 김슬아(38·사진) 대표는 국내 새벽 유통시장의 개척자다. 유통업계의 새로운 판을 만들고 차별화한 서비스로 마켓컬리를 5년 새 매출 1조원에 육박하는 새벽유통 1위 플레이어로 키웠다. 성장성을 앞세워 미국 증시 상장도 추진한다.

하지만 만년적자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신세계·현대백화점·쿠팡 등 유통공룡의 맹추격으로 한계가 뚜렷해진단 부정적인 시선도 뒤따르고 있다.

◆강점: 매년 2배 성장 회원수 800여만명 1위 

지금은 새벽배송이 일상이 됐지만 마켓컬리가 ‘샛별배송’이란 개념으로 선보였던 2015년 당시만 해도 무척 생소했다. 그 해 마켓컬리 매출이 29억원에 불과한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김 대표는 마켓컬리를 창업하기 전까지 유통업력이 전무했다. 이전엔 골드만삭스와 맥킨지, 배인앤컴퍼니 등에서 금융 관련 컨설팅을 주로 했다. 미식가이자 맞벌이를 했던 그녀는 평소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컸고 이게 발전해 창업으로 이어졌다. 

후드티와 청바지를 입고 직접 신선식품 산지를 찾아다니며 생산자를 설득했고, 새벽배송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소비자에겐 식재료의 신선함과 장보기의 편의성 등을 홍보했다. 빅모델 배우 ‘전지현’을 발탁한 것도 마켓컬리가 단기간에 인지도를 높이게 된 신의 한수였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판단은 적중했고, 마켓컬리는 지난해 매출액 9530억원을 기록했다. 5년 새 1조 몸집으로 키운 것이다. 그녀는 올 5월 누계 회원 수 800여만명의 대표 새벽배송 서비스 업체로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됐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김포물류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컬리는 매년 2배 이상 성장했고 매달 100만명이 마켓컬리에서 쇼핑을 한다”며 “이 수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대표는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하는 ‘2021 영 글로벌 리더’에 선정되며 영 글로벌 리더 출신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또, 마켓컬리는 파이낸셜 타임즈와 니케이 아시아 선정 ‘2021 아시아 태평양 지역 고성장 기업’ 18위에 선정되며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 받았다. 

◆단점: 몸집만 키우다가 수익성 '악화일로' 

김슬아로 상징되는 마켓컬리의 최대 약점은 ‘만년 적자’다. 매년 적자가 불어나는 점은 우려스런 대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출범 이듬해인 2016년 8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7년 -124억원, 2018년 -337억원, 2019년 -1003억원, 2020년 -1163억원으로 손실 폭도 가파르다. 수익성 악화일로다. 컬리 관계자는 “적자 발생은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물류·인력투자를 진행했기 때문”이라며 “영업적자는 증가했으나 매출 대비 비중은 감소 추세”라고 설명했다.

마켓컬리의 매출액과 영업손실 현황. [그래프=고아라 기자]
마켓컬리의 매출액과 영업손실 현황. [그래프=고아라 기자]

김 대표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엔 개의치 않은 모습이다. 김포물류센터 간담회에서 그녀는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더 많은 서비스를 하면 수익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켓컬리와 곧 잘 비교되는 또 다른 신선식품 새벽배송업체 ‘오아시스마켓’은 매출에선 지난해 마켓컬리의 27% 수준이지만 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오아시스마켓은 수익성을 무기로 지난해 대형 벤처투자기업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166억원을 투자 받았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마켓컬리가 자리 잡는데 큰 몫을 담당했던 투자자이기도 하다. 이런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올 3월 마켓컬리 지분(약 138억원) 전량을 매각했다. 

마켓컬리는 쿠팡이 불을 붙인 유통채널 초저가 전쟁에 동참하며 지난 4월 정육·유제품·쌀 등 60여종의 식품을 1년 내내 가장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EDLP(Every Day Low Price)’ 정책을 내놨다. 지난 5월까진 신규 소비자 유치를 위해 인기제품을 100원에 구매하는 ‘100원딜’과 무료배송 이벤트를 했다. 김슬아 대표가 연내 미국 증시 상장 추진을 두고 수익성보단 몸집 키우기 차원에서 출혈경쟁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회: 충성도 자신감, 미국 증시 상장 추진

지난해 마켓컬리 거래액은 1조2000여억원으로 국내 새벽배송시장(2조5000억원 추정)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유통업계는 1·2인 가구 증가와 e커머스의 빠른 성장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확산으로 관련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마켓컬리는 충성도에서도 자신감이 크다. 이용객 재구매율(2021년 5월 기준)은 71%에 달한다. 업계 평균치는 30% 내외다. 컬리 고유의 프리미엄 이미지에 자기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받는 샛별배송 서비스가 소비자로부터 제대로 각인됐단 의미로 해석된다. 

김슬아 대표는 지난 3월 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연내 상장 추진계획을 공개했다. 미국·한국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고 했으나 미국 나스닥 상장이 컬리의 1순위 목표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 대표가 회원 수의 공격적 확대와 최저가 동참, 대규모 김포물류센터 조성, CJ대한통운과 협력 등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증시 상장을 위한 몸집 불리기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에 성공한 쿠팡의 경우 거래액만 지난해 21조원, 활성고객 수는 1500여만명이다.

최근 조성한 컬리의 김포물류센터. [사진=컬리]
최근 조성한 컬리의 김포물류센터. [사진=컬리]

김 대표가 심혈을 기울인 김포물류센터는 8만4000㎡(2만5000여평) 규모의 냉장·냉동·상온센터를 갖췄으며 신선식품 물류센터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일평균 주문량 22만여 상자의 2배인 44만 박스 처리가 가능해졌다. CJ대한통운과의 제휴로 수도권 중심의 샛별배송 서비스는 지난달부턴 충청권, 올 하반기 중엔 영·호남 등으로 대상을 넓혀 전국으로 확대된다. 

김 대표는 샛별배송의 전국구 서비스로 거래액과 충성소비자 수 모두 극대화하겠단 계획이다. 최근엔 DST글로벌 등 기존 주주를 비롯한 기관투자자들로부터 2000억원대 투자를 유치했다.

◆위기: 치열한 경쟁 속 갑질 의혹에 '진땀'

김슬아 대표가 개척한 새벽배송시장은 신세계의 SSG닷컴, 롯데의 롯데온, 현대백화점의 현대식품관 투홈, 쿠팡의 쿠팡프레시 등 유통공룡들이 모두 뛰어드는 노른자로 떠올랐다. 김 대표의 얘기처럼 창업 이후 2016년부터 매년 경쟁사가 1개씩 생겨난 셈이다. 그만큼 경쟁은 치열해졌고 마켓컬리 입지에도 위협을 주고 있다.    

SSG닷컴의 경우 전국의 160여개 이마트 매장,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와 연계하고 신선식품 전국 당일배송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전개 중이다. 컬리보다 한 시간 늦은 자정에 주문해도 한 시간 더 빠른 새벽 6시까지 배송하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프리미엄 마켓 ‘SSG푸드마켓’도 새벽배송에 합류시켰다. 현대식품관 투홈은 백화점 특유의 고급 이미지를 내세워 컬리의 주 소비층인 3040 주부층을 공략 중이다. 샛별배송의 차별화 이미지는 갈수록 희석되고 있다.  

최근 100원딜 광고에 출연한 김슬아 대표. [출처=컬리]
최근 100원딜 광고에 출연한 김슬아 대표. [출처=컬리]

최근 불거진 갑질 의혹은 김슬아 대표의 공격적인 경영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마켓컬리는 납품업체에 경쟁사 거래조건 변경 등을 강요했단 신고가 접수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일부 납품업체에겐 많게는 30% 추가할인을 요구했단 의혹도 제기됐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일용직 노동자들을 관리한 것도 드러났다. 

김 대표에겐 몸집을 불리고 증시 상장을 앞둔 가운데 고민거리가 많아졌다. 중요성이 부쩍 커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면에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컬리 관계자는 “상품을 공급하는 95%는 중소상공인이며, 지난해에만 600여개 중소 파트너사와 신규 거래를 시작했다”며 “파트너사들과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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