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친' 키움증권 못 봤나?…학습 안되는 증권사 전산장애
'소 잃고 외양간 고친' 키움증권 못 봤나?…학습 안되는 증권사 전산장애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1.06.0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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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장애 다발 1위 키움, 서버·회선 용량 3배로 늘리자 '올해 0건'
업계 전반은 말뿐인 개선 노력…1분기 민원, 작년 평균比 5배 폭증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사진=신아일보DB)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사진=신아일보DB)

주식 시장 호황으로 쾌재를 부른 증권업계가 소비자를 위한 전산 시스템 투자에는 여전히 인색한 모습이다. 올해 1분기 금감원에 접수된 증권사 전산장애 민원은 작년 분기 평균치의 5배 수준으로 폭증했다. 지난해 장애 건수 1위 불명예를 얻은 키움증권이 뒤늦게 전산 용량을 3배로 늘리며 간신히 사태를 수습한 모습을 보면서도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이 와닿지 않는 모양이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작년에 금감원 민원 접수를 기준으로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전산장애를 일으켰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후 폭락한 주식시장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들며 거래가 급증했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증권사 전산시스템이 여기저기서 장애를 일으켰다.

개인 온라인 투자에 특화된 키움증권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몰렸지만, 거래 급증에 대비한 준비는 부족한 상태였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작년에 수탁수수료 수익으로 6642억원을 거둬들였다. 미래에셋증권(7530억원)과 삼성증권(7228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작년 말 기준 증권업계 자본금 순위 9위인 키움증권은 수수료 수익에서 자신보다 몸집이 훨씬 큰 증권사들을 압도했지만, 전산 시스템 측면에서는 대비가 미흡했다.

한 바탕 몸살을 겪은 키움증권은 서버 증설과 통신회선 증속, 인터넷데이터센터 확충 등을 통해 감당 가능한 전산 시스템 용량을 기존 대비 3배 규모로 늘렸다. 작년 말 이 작업을 마무리 하면서 올해 현재까지 키움증권에서 전산장애는 없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작년에 문제가 됐던 부분들은 모두 조치를 했고, 접속량에 따라 계속 서버와 회선을 조정을 하고 있다"며 "이후 발생 상황과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시스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업계 전반에서 시스템 개선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전산 직원과 서버 용량을 늘리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관련 투자도 많이 하는 등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키움증권 사례와 달리 이런 노력이 실제 전산장애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금감원은 올해 1분기에 접수한 민원을 통해 증권사 전산장애 총 8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전체 분기 평균 전산장애 7건을 초과한 것으로, 2019년 분기 평균 3.8건과 비교하면 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미래에셋증권이 2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 등에서 1건씩 장애가 발생했다.

전산장애와 관련해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 수는 폭증했다. 올해 1분기 민원 수는 254건으로 이미 작년 전체 민원 193건을 넘어섰다. 작년 분기 평균 민원 수가 48건인 것을 고려하면 증가 폭이 5배를 넘는다.

금감원은 주식을 정상적으로 매매하지 못한 소비자 피해가 증가함에 따라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하면서 증권사들의 시스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식 투자자가 많이 몰려 있는 상태에서 전산장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증권사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며 "전산장애 발생에 대비해 증권사는 대체주문수단을 제대로 안내하고, 소비자는 주문기록을 남기는 등 필요 내용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