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푸른 농촌과 맞춤형 농지지원
[기고 칼럼] 푸른 농촌과 맞춤형 농지지원
  • 신아일보
  • 승인 2021.06.0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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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섭 한국농어촌공사 의성・군위지사장
 

“농촌 고령화” 어느 순간부터인가 ‘농촌’ 뒤에 ‘고령화’가 뒤따르는 것이 우리에게 익숙해졌다. 매스컴은 계속해서 농촌인구의 노령화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고, 학계에서는 ‘초고령화’를 넘어 ‘소멸’까지 전망하고 있다. 우리 의성·군위지사가 관할하는 지역은 그 중에서도 제일 앞서고 있어 의성군은 21년 4월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비율이 42.2%로 전국에서 1위이고, 군위군은 가장 먼저 소멸할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

이 와중에 얼마 전 희망찬 소식이 들려왔다. 경상북도와 의성군에서 2019년부터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이웃사촌시범마을사업 등 여러 정책이 효과를 거둬 80명이 넘는 청년들이 의성에 정착했다는 낭보다. 

의성군 청년정책의 중심지인 안계면에 지사가 소재하다 보니 젊은 이웃이 증가한 것이 더욱 실감 난다. 안전검검 현지지도를 위해 출장 간 양수장 옆 논과 밭에도, 퇴근 후 집 주변 길에도 청년들이 전보다 더 많아진 것이 눈에 보인다. 지사 인근에 유럽식 파스타 레스토랑과 수제맥주집도 생겼다.

지역에 청년들이 늘어나니 우리 지사를 방문하는 젊은 농업인들도 많아졌다. 그들은 공사 담당자에게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의성에서 농사짓고 싶은데 땅 살 돈은 없고 임차할 농지가 필요합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이들처럼 농지가 필요한 농업인을 지원하기 위한 맞춤형 농지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농지·과원 매매 및 임대차 지원, 임대수탁, 경영회생지원, 농지연금 등 다양한 사업으로 구성돼 있으나, 그 중에서 청년 농업인들에게 가장 유용한 사업이 바로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이다.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은 고령이나 질병 등으로 영농은퇴나 이농(離農)을 희망하는 농업인의 농지를 공사가 매입해 농사짓고자 하는 농업인에게 임대하는 사업이다. 임차자는 신청한 농업인 중에서 선발하나 청년창업농, 2030세대에 우선 순위를 부여해 청년 농업인의 창농 및 영농 성장을 적극 지원한다.

임차한 농지에는 벼 외 타작물을 재배해야 하나, 대신 타작물 재배 감면을 80%까지 적용해 임차료가 저렴하다. 또한 기본 임대기간은 5년이나 임대기간 종료 후에는 농지이용실태 평가를 통해 만64세까지 횟수 제한 없이 재임대도 가능해 영농의 계속성을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아직 영농기반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인기가 좋다.

맞춤형 농지지원을 위해 의성·군위지사에서는 올해 경북에서 세 번째로 많은 약 177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했으며, 그 중에서도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에 108억원을 투입해 농지를 매입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고령·질병 등으로 은퇴·이농하려는 농업인의 농지만 신청가능했으나, 작년부터는 상속받은 농지와 이미 이농한 농업인의 농지로 대상이 확대됐다.

많은 고령 농업인들이 지사를 찾아와 하소연한다. “나이가 들고 몸이 아파서 농지를 팔고 은퇴하고 싶은데 지역에 노인밖에 없어서 땅을 살 사람이 없어요.”

그분들께 자신있게 권하고 싶다. “한국농어촌공사로 농지를 매도하십시오. 공사는 선생님의 땅을 젊은 농업인들에게 임대해 그들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청년의 청(靑)은 푸르다는 뜻이다. 모내기를 마친 푸른 들녘처럼, 농촌 지역도 청년들로 푸르러지기를 기대해본다.

/윤재섭 한국농어촌공사 의성・군위지사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