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대재해예방 전문기관 인증제'…미룰 이유 있나
[기자수첩] '중대재해예방 전문기관 인증제'…미룰 이유 있나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1.06.0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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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이 법이 만들어지면서 기업마다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특히 산재 사망사고 2건 중 1건은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만큼 건설사들은 더욱 그렇다.

안전관리 인원을 늘리고 드론이나 CCTV, 동작 센서 등을 현장 곳곳에 설치해 작업자 안전을 체크하는 등 사고 예방에 한창이다. 몇몇 회사는 CEO와 임원진이 매달 1회 현장을 찾아 안전관리 상황까지 직접 챙긴다.

건설 현장에서 10년 넘게 일했던 한 노동자는 "예전과 달리 요즘은 안전모 등 장비 착용 점검은 물론, 현장 곳곳에 안전 관리 담당 직원도 배치됐다. 작업자 스스로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안전사고를 막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됐지만, 건설사들은 여전히 걱정이다. 자칫 단 한 건의 사고로도 그동안 노력이 물거품이 돼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처벌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다. 

취재 중 만났던 건설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사고를 내고 싶어서 내는 회사는 있겠나? 모든 노력을 다했어도 사고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런 탓에 건설업계는 중대재해 기준을 다소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 개정은 쉽지 않다. "완화된 기준 이하로 생긴 사고는 괜찮다는 것인가?"라는 오해를 살 수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눈여겨볼 요구가 있다. 바로 '중대재해예방 전문기관 국가인증제' 도입이다.

기업이 중대재해예방 전문기관에 중대재해예방업무를 위탁하고 전문기관의 지도·조언, 개선요구사항 등을 모두 이행하면, 현장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법에서 정한 의무를 모두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자는 것이다.

중대재해예방을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인데, '처벌'은 제재일 뿐, 그 자체가 대책은 아닌 만큼 정부와 정치권은 이런 건설사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가인증제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건설업계 스스로 다양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유형과 원인 등을 철저히 분석해 '현실'을 반영한 기준을 우선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사회적 합의와 지향점을 반영해 이를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사고는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대재해예방 전문기관 국가인증제'가 사고를 줄이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정부는 도입을 미룰 이유가 없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