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소멸하는 대한민국’ 저출산 충격… 몰락하는 대학가
[창간특집] ‘소멸하는 대한민국’ 저출산 충격… 몰락하는 대학가
  • 이상명·이인아 기자
  • 승인 2021.06.0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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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전후 산업화 등을 거쳐 베이비붐 세대들이 대학에 진학하던 시절인 1980년대와 1990년대 한국의 대학가는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심각한 저출산과 함께 코로나19 사태 등이 겹치며 올해 한국 대학의 각 학과는 미달이라는 전대미문의 결과와 마주했다. 부족해진 신입생 모집 사태는 대학의 재정난으로 이어지며 본격적인 ‘대학 위기 사태’를 맞고 말았다. 현재 한국 대학가에 닥친 본질적 위기의 원인을 살펴보고, 현장 연계 교육 등 다양한 해법을 모색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편집자 주>

◇ 폭발적 성장하던 한국 대학가, 인구절벽에 위기 직면

20여년 가량 지켜 온 '대학설립 준칙주의'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지난 2013년 전격 폐지됐다.

한국 대학의 전성시대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로, 1000만 명이 넘는 베이비부머 세대(1960년대와 1970년대 출생)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국내 대학은 1970년(168개)부터 2020년(429개) 사이 무려 261개교가 늘었다. 이 중 베이비붐 세대가 대학에 입학하던 1990년대 107개교가 들어섰다.

특히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발표한 ‘5‧31 교육개혁안’은 수도권 및 지방 곳곳에 대학이 세워지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이 때 도입된 대학설립준칙주의는 △대학 부지 △교육용 건물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만 갖춰지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질적 논의 없는 양적 팽창은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의 대학에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왔다.

◇ 뼈를 깎는 구조조정… 대학 경쟁력 강화해야

대학 신입생 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부족한 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사실은 많은 전문가들이 이미 우려했던 일이었다. 대학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대학들은 이 같은 현실을 외면해 왔다.

대신 대학은 다른 대책에 집착했다. 바로 국내 학생이 아닌 외국인 유학생을 대대적으로 유치한다는 전략이었다.

국내 학문 수준이 선진국과 견줘 뒤처지지 않는데다 국가 경쟁력이 높아지고 중화권 및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한류가 강타하면서 국내 대학은 인기 유학 대상지로 급부상했다.

2000년대로 들어선 후에는 유학생 수의 급격한 상승으로 2019년 기준, 전국 대학의 해외 유학생 수는 11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라는 근본 해결은 외면한 채 오직 유학생 유치에만 집착한 대학들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감염병 대유행을 맞으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번지던 2020년 국내 유학생 수는 1만 명 넘는 감소를 겪었다.

유학생 유치 등 미봉책으로 버텨왔던 국내 대학 중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재정 부실 등으로 경영이 곤란한 곳은 현재 84개교에 이르며, 이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비수도권 소재 대학이 62개교(73.8%)를 차지한다.

이 같은 위기 속에 지방 사립대학들은 지역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통폐합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지난 2017년 전국 8개 지역 거점대 입학본부장들이 부산대에 모여 난상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통합논의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뤄져 왔으며 학점교류나 자원공유, 공동입시는 당장 실현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방대간 내부서열 문제 등의 눈치싸움과 몇 차례 통합논의에도 결국엔 무산되고 마는 수순을 밟고 말았다.

지방대 위기 대책 마련 촉구. (사진=연합뉴스)
지방대 위기 대책 마련 촉구. (사진=연합뉴스)

◇ 20년간 구조조정 추진했으나 실패… '학과 이기주의'가 발목

츨생인구 감소는 자연스럽게 학령인구 감소를 낳았고 결국 신입생 대학 입학 정원 미달 사태로 이어지게 됐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신입생 미달 규모는 올해 7만여명이다. 내년 8만5000여명, 내후년 9만6000여명으로 꾸준히 늘다가 2024년에는 12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전망됐다.

대학 정원 미달 사태에 대학가가 그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출산 인구 추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하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책마련을 해왔다. 대학 정원 정상화를 위한 가장 큰 해결책으로 대학가는 ‘구조조정’을 꼽아 실행에 옮겼다. 이는 불필요한 학과 등을 퇴출하고 정원 자체를 감축하는 게 주 내용이다.

20년 가까이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실패했다. 대부분의 학교, 학과가 구조조정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은 ‘인서울 대학’과 ‘지방대’에서 차이를 보인다.

서울 한 대학교 독어교육과와 불어교육과는 지난 10년간 교사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지만 정원 15명을 그대로 유지했다. 교사가 아니더라도 번역, 통역, 무역 등 전문가 배출 등을 위해 과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다.

반면 4차 산업사회에 발맞춰 전문 인력이 많이 배출돼야할 AI 관련 학과는 지난 15년간 정원이 동결됐다. 학생 총원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 학과간 정원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미래 유망산업을 선도할 인재 선발에는 인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대의 경우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은 더 심하다. 부산의 한 대학교는 신입생이 정원의 약 80%에 그치자 신입생 정원의 15%를 축소하는 학과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그 하나로 무용과 폐지를 추진다가 관련 전공 학생과 교수, 졸업생의 반대에 부딪혔다.

인서울 대학은 학령인구가 줄어도 대부분 학과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일은 없다. 때문에 정원 감축 대상의 학과 교수 등이 저항하면 계획대로 감축할 수가 없다. 지방대는 인서울 대학과 달리 통폐합 절박하게 저항하지 않으면 구조조정의 위협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구조조정 방안의 틀은 같으나 이를 보는 인서울과 지방대의 시각은 현저히 다른 게 현실이다.

◇ 고강도 정원감축·지방대 특성화 전략 필요… “개혁만이 살길”

대학 생존을 위한 고강도 정원 감축은 가장 먼저 관철돼야 할 방안이다. 교직원, 교수 등 대학 구성원 감축도 마찬가지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는 더 심화하는 추세기 때문에 대학 입학 정원 자체를 줄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물론 정원 감축 대상 학교, 학과의 격렬한 저항이 뒤따를 테지만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정원 감축의 희생은 감내해야만 한다.

정원 감축과 함께 대학을 통폐합하는 것도 대안으로 떠오른다. 이미 지방 일부 국립대학교에는 생존에 사활을 걸고 통폐합을 추진 중이다. 사립대 수가 더 많은 만큼 추후 사립대 중심의 통폐합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대학 미달 사태는 지방대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지방대의 구조조정, 통폐합 등의 진행이 시급한 상황이나 대학가 일각에서는 특성화 전략으로 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인서울 대학과 차별화된 비전을 지방대가 제시해 학생을 끌어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지식의 양보다 한 가지 기술, 재주가 더 중시되는 시대다.

자동차, IT, 철도, 드론, 항공, 반도체 AI 등 전도 유망한 과를 특성화해 학생들의 자발적인 지원을 유도해야 한다. 학교와 기업간 제휴를 맺어 학비 지원, 취업 보장 등 지방대 학생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메리트로 작용할 수 있다.

타겟을 명확하게 짚어 시대 흐름에 맞는 커리큘럼을 제공한다면 지방대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이론보다 실무 중심으로 운영되는 학과를 적극 지원, 취업 연계시스템을 강화한다면 지방대도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국 동시다발적 대학 신입생 충원 미달 사태는 대학이 곧 궤멸 길에 오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집단 이기주의를 버리고 생존과 상생을 위한 현실적 대안을 찾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안일함은 도태를 낳는다. 획일적으로 운영돼온 현 대학 내부 구조를 뜯어고치는 개혁만이 대학을 정상화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스마트미디어부] 이상명·이인아 기자

vietnam1@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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