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文, 4대 총수와 경제 향방 논의… 이재용 사면 건의엔 "고충 이해"
[종합] 文, 4대 총수와 경제 향방 논의… 이재용 사면 건의엔 "고충 이해"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6.0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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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4대 그룹, 코로나 위기 극복과 재도약에 역할"
최태원, 이재용 사면 건의… 文 "국민 공감하는 부분 많아"
2일 문재인 대통령와 4대 그룹 총수가 간담회를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일 문재인 대통령와 4대 그룹 총수 등이 간담회를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2일 4대 기업 총수와의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여부를 포함한 국내 재계 현안과 한미 정상회담 후속 대응 향방을 논의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먼저 이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 사면 관련 건의를 경청한 후 "고충을 이해한다"며 "지금 경제 상황이 코로나19 이전과 달리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고 덧붙인 것으로도 전해진다.

이날 이 부회장 사면 건의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SK 최 회장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포스트(사후) 코로나 시대의 새 아이디어(구상)를 공모하고 있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며 "경제 5단체장이 건의한 것을 고려해 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5단체장 건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었고, 최 회장은 이 부회장 사면이라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4월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장, 한국무역협회, 중견기업연합회 등과 함께 5개 주요 경제단체 공동명의로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바 있다. 삼성전자 김 회장 역시 이번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에게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며 최 회장 건의에 대해 의견을 보탰고, 다른 대표 역시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르는 불확실한 시대에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총수들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일진 미지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국민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한 것에 대해 "긍정·부정 어느 쪽에 대한 공감이라고 특정을 안 했다"며 "두루두루 경청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초청 받은 총수들에게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위기로부터 빨리 회복하고 재도약하는 데 있어 4대 그룹의 역할이 컸다"며 "지금까지 미국과 수혜적 관계였다면 이제는 반도체·전기차·바이오 등 첨단 기술의 글로벌(세계적) 공급망을 연결한 동반자 관계가 됐다"고 인사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4대 총수가 한미 정상회담 계기 44조원 규모의 대미투자를 결정한 것을 호평한 것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방미 당시 4대 그룹이 함께 해 성과가 참 좋았다"며 "(한미 정상회담) 하이라이트는 공동기자회견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4대 그룹을) 지목해 소개한 일"이라고 소회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반도체 인재 양성과 관련해 "정부가 노력하지만, 대학을 통해 인재를 기르는 데에는 시간이 소요됨으로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미 투자와 관련해 국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대기업이 진출하면 중소·중견기업 등 협력 업체도 동반 진출하거나 수출을 유도할 수 있는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김 회장은 "오래 전부터 미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제조 전담 생산) 공장을 검토했는데, 방미로 인해 대미 협력에 큰 힘이 됐다"며 "또 미국에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외국에 빼앗기는 거 아니냐 우려가 있지만 제2의 평택공장 부지는 국내에서 찾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 정 회장은 "정부의 회복, 포용, 도약이라는 목표 달성에 함께 할 것"이라며 "탄소중립은 후세에 대한 현 세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SK 최 회장의 경우 "한미 정상회담 결과는 역대 최고"라며 "워싱턴에 남아 현지 반응을 더 들었는데, 경제 활성화를 모색하는 미국 상황에 한국의 투자가 적절한 시기에 이뤄져 바이든 정부가 고마워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LG 구 회장 역시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 갈등 등 예측할 수 없는 위기가 다가왔는데 정부가 기업의 의견을 듣고 대처해준 것에 감사하다"며 "이번 방미로 미국에서 더욱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