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석방 심사기준 완화에 앞서
[기자수첩] 가석방 심사기준 완화에 앞서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1.06.0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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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동대문구에서 60대 남성 A씨가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또 다시 피해자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전 연인 B씨를 폭행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지난 3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2개월여 만에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B씨를 수차례 때린 혐의로 체포됐다.

가석방은 징역 또는 금고형을 받고 형기를 복역 중인 사람이 행장(行狀)이 양호하고 개전의 정이 뚜렷해 나머지 형의 집행이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임시로 석방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가석방이라는 제도의 목적에 비춰봤을 때, 과연 A씨에 대한 형의 집행이 불필요했는지에 의문이 든다. 물론, 모든 수용자의 교화여부를 정확하게 가려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재범방지를 위한 대책은 꾸준히 마련돼야 한다.

더욱이 오는 7월부터는 가석방 심사기준이 완화돼 적격심사 등 프로세스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다.

가석방은 형법 제72조에 따라 형기 3분의 1이 경과되면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 형기의 80% 이상을 복역해야 허가되고 있다. 이에 법무부는 심사대상자의 복역률을 60%로 낮추고, 적격 심사 상정 인원을 늘려 실제로 가석방 되는 인원수를 증대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가석방 대상자가 늘어날 경우, 교정 및 교화라는 목적에 적합한 사람을 가려내는 것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가석방 적격 여부는 법무부 산하 적격심사위원회에서 한 달에 한 번, 하루에 600~1000여명을 대상으로 서면으로 심사한다.

가석방심사위원회는 법무부 차관을 포함한 위원 9명으로 구성되는데, 최근 1년간(2020년 4월~2021년 3월말) 위원들의 평균 출석률은 78.6%에 그쳤다.

평균적으로 7명만 참석한 상태에서 600~1000여명에 대한 의결이 이뤄졌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가석방 여부에 대한 최종 심사가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보완책 없이 가석방 심사기준만 완화될 경우 가석방 조건에 부합하는 대상자를 가려낸다는 것은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때문에 심사에 대한 촘촘한 기준을 마련하고, 전략적 선택에 따라 모범수가 되는 사람들을 가려내기 위한 기준과 재범심사 평가 기준을 우선 확립해야 한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가석방 심사위원회에 앞서 실시하는 예비회의에 수형자를 출석시켜 개선의지, 출소 후 생활계획 등을 직접 확인하고, 가석방대상자의 심리검사 추가 및 재범예측지표 측정 항목 개선 등을 통해 재범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정책은 범법자를 대상으로 시행되는 만큼, 국민들의 정서와 사회 안전에 위배되지 않도록 법무부가 약속한 제도적 뒷받침이 제대로 시행돼야 할 것이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