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바뀌는 남양유업, 이미지 쇄신 시동…관건은 고용불안
주인 바뀌는 남양유업, 이미지 쇄신 시동…관건은 고용불안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6.01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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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스 사태' 45일 만에 사모펀드 한앤코 홍원식 오너가 지분 인수
'새로운 남양' 공언 집행임원제 도입, 지배구조 개선·투명성 제고 기대
급작스런 경영권 교체 임직원 불안감·의욕저하 우려 내부 단속 필요도
남양유업 본사 건물. [사진=박성은 기자]
남양유업 본사 건물. [사진=박성은 기자]

유업계 ‘빅3’이자 57년 역사를 자랑하는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사태’ 발생 45일 만에 안방을 내놨다. 수년간 1조가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유업계를 선도했지만 지속된 기업 이미지 악화와 바닥난 소비자 신뢰로 결국 3100여억원에 경영권이 넘어가며 사태는 일단락된 모양새다. 

일각에선 사모펀드로 주인이 바뀌게 된 남양유업이 다시 위상을 찾기 위해선 기업 이미지 쇄신과 소비자 신뢰 회복은 물론 고용불안 등 내부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잘 관리해야 한단 주장이 제기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홍원식 전(前) 회장을 비롯한 오너가의 지분 처분으로 새 주인을 맞게 됐다. 홍 전 회장 일가는 지난달 27일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한앤코)에 의결권 있는 보통주 지분 53.08%를 넘기는 주식양수도계약(SPA)를 체결했다. 양도대상은 37만8938주, 계약금액은 약 3107억원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양측의 거래는 8월말 이전에 종결될 예정이다. 남양유업 지분을 인수하게 된 한앤코는 이날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추진한다”며 경영 쇄신을 공언했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의 오너 경영은 57년 만에 막을 내렸다. 남양은 1964년 창업주인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이 설립한 유가공 기업이다. 2세인 홍원식 전 회장은 1990년 남양유업 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경영에 본격 나섰다. 2003년부턴 남양유업 회장을 맡았다. 이후 우유 ‘맛있는우유 GT’와 ‘아인슈타인’, 분유 ‘아이엠마더’. 발효유 ‘불가리스’ 등 다양한 스테디셀러를 앞세워 2012년 매출 1조3650억원을 올리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이듬해 대리점들에게 물량을 억지로 떠넘긴 이른바 ‘대리점 갑질’은 사회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며 추락의 시발점이 됐다. 2019년 외조카 ‘황하나 파문’과 지난해 ‘경쟁사 비방 댓글’ 등 홍 전 회장을 둘러싼 악재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기업 이미지는 지속적으로 악화됐고, 불매 운동으로 소비자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남양의 오너 경영을 끝내는 데 결정타가 된 발효유 불가리스. [사진=박성은 기자]
남양의 오너 경영을 끝내는 데 결정타가 된 발효유 불가리스. [사진=박성은 기자]
지난 5월4일 회장직 공식 사퇴의 뜻을 밝힌 홍원식 전 회장. [사진=박성은 기자]
지난 5월4일 회장직 공식 사퇴의 뜻을 밝힌 홍원식 전 회장. [사진=박성은 기자]

이런 가운데 불가리스 사태는 남양유업의 주인이 바뀌게 된 결정타가 됐다.

지난달 13일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불가리스의 코로나19 바이러스 77.78% 저감 연구결과는 불매 꼬리표를 단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 반감을 치솟게 했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경찰 고발로 이어졌다.

3주 뒤인 5월4일 홍원식 전 회장은 불명예 퇴진했고 남양유업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이어 불가리스 사태 45일 만인 지난달 27일 홍 전 회장은 자신을 포함한 경영권 지분을 사모펀드에 넘기면서 남양의 오너 경영은 마침표를 찍었다.

홍원식 전 회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경영쇄신안을 발표했음에도 회사 안팎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며 “고심 끝에 마지막 자존심인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경영권을 인수한 한앤코는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다. 비슷한 업종으로 2013년 웅진식품을 인수한 경험이 있다. 당시 적자경영의 웅진식품을 1150억원에 인수해 2018년 대만 퉁이그룹에 2600억원에 매각했다. 5년 새 차익만 100%가 넘는다. 

한앤코는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면서 ‘새로운 남양’을 자신했다. 이를 위해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집행임원제는 의사결정과 감독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전문 업무 집행임원을 별도로 두는 시스템이다. 이사회는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만 갖고 전반적인 업무 집행은 CEO(대표집행임원)와 CFO(재무집행임원), CLO(법무집행임원) 등 해당 임원이 맡는다. 책임경영이 가능한 점 때문에 오너 체제와 비교할 때 더욱 투명한 경영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경영 투명성 면에서 취약했던 남양유업의 이미지 쇄신과 신뢰 회복에 힘을 얻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남양은 역사가 깊지만 불가리스 사태나 대리점 갑질 등 오너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미지가 크게 추락한 경우”라면서 “전문경영인 체제에선 성과와 보상, 책임이 반드시 뒤따르는 만큼 이미지 리브랜딩과 가치 제고에선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양유업 간판. [사진=박성은 기자]
남양유업 간판. [사진=박성은 기자]

남양유업은 공교롭게도 한앤컴과의 계약 체결 하루 전날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 기획마케팅본부·영업본부·전산보안팀을 총괄하는 수석본부장 직제를 신설했는데 이 자리엔 김승언 전 기획마케팅본부장이 선임되고 상무보로 승진했다. 

다만 사모펀드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인 인식과 경영권 교체에 따른 직원들의 고용 불안 등은 극복해야할 과제로 남는다. 특히 한앤컴은 지난 2019년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노조가 고용 불안 등의 이유로 크게 반발하면서 인수가 불발된 기억이 있다. 

식품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사모펀드 특성상 값을 높여 되파는 경우가 많다보니 당장의 실적·체질 개선을 위해선 비용절감이 우선이고, 임직원들은 의욕 저하와 고용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직원 사기 등 내부 단속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