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교육' 필요성부터 인지시켜야
[기자수첩] '금융교육' 필요성부터 인지시켜야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1.06.01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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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한 학교생활 중 기다렸던 수업 하나를 꼽자면 재량활동 수업이었다.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는 부담감에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고, 졸음이 몰려올 때쯤에 꾸벅꾸벅 졸아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재량활동으로 종종 금융교육을 받았던 적도 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금융교육은 초등학교 시절 시청각실에 모여서 했던 수업이었다. 한국은행 직원분들이 진행했던 강의는 집중력이 좋지 않았던 초등학생의 흥미를 끌 수 있도록 다양한 영상과 퀴즈를 적절히 섞어가며 진행했다.

당시 퀴즈를 맞혀 부상을 받았던 한국은행이 마크가 진하게 박혀있던 책갈피는 아직도 책장에 보관돼 있다. 책갈피를 볼 때면, 정확한 수업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한은에서 금융교육을 했다는 기억은 선명하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마다 한 번씩 금융 관련 교육을 받았지만, 기억에 남았던 수업 내용은 별로 없다.

주변 친구들도 금융교육에 대한 명확한 기억은 없다고 한다. 당장 시험에 영향이 있는 주요 과목에 대한 내용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다 보니 이 교육이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 생활에 있어 금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간단하게는 예금과 적금부터 주택청약, 보험 등까지 맺어야 하는 금융 관련 계약은 무수하다.

금융 상품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적기에 필요한 상품에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자본을 어떻게 운용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나중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지난달 25일 금융교육협의회를 법정기구로 개편하고 첫 회의를 했다. 회의에서는 기본 교육 방향을 정하고, 금융교육 운영방안을 논의해 의결했다.

금융당국은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고, 금융 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태도, 기술 등 생애주기에 맞는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육에 대한 구성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 이 수업을 왜 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당장 학교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거둬 좋은 학교로 진학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학생들에게 금융교육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수업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후 제대로 된 금융 이해가 부족해 문제가 발생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금융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학생들에게 인지시켰을 때,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수업 중 하나가 아니라 학생들도 생활에 필요한 교육이라는 마음으로 수업을 대하는 태도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