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옵티머스 펀드 원금 100% 반환 결정
NH투자증권, 옵티머스 펀드 원금 100% 반환 결정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5.2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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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예탁원에는 구상권 청구 소송 계획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가 25일 여의도 파크원 NH금융타워 본사에서 옵티머스펀드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NH투자증권)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가 25일 여의도 파크원 NH금융타워 본사에서 옵티머스펀드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NH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펀드 일반투자 고객들에게 원금 100%를 지급한다. 수탁은행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에 대해서는 구상권 청구 소송을 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은 25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달 5일 분조위의 조정안이 나온 이후 2개월 간 총 여덟 차례의 이사회 논의를 거친 NH투자증권은 금융회사의 핵심가치인 고객 보호와 더불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심사숙고했다며 이번 결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투자 원금을 반환받게 될 대상은 전체 고객의 96%인 일반투자자 831명이며, 총 지급금액은 2780억원이다. NH투자증권은 고객과의 개별 합의서가 체결되는 대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투자원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작년 옵티머스 펀드 환매가 중지된 직후 NH투자증권은 펀드 잔고의 45%에 해당하는 1779억의 유동성 자금을 지원하면서 1차적인 고객보호 조치를 취했다. 이번 이사회 결정으로 NH투자증권은 투자원금 전액 지급을 완료한다.

옵티머스 펀드 유관기관별 역할. (자료=NH투자증권)
옵티머스 펀드 유관기관별 역할. (자료=NH투자증권)

이번 결정은 고객에 원금을 반환하면서, 고객으로부터 수익증권과 제반 권리를 양수해 수익증권 소유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는 사적합의 형태로 진행된다. 

당초 분조위가 권고했던 '계약 취소'와 형식은 다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가 발생한다. 또 NH투자증권으로서도 이 결정을 통해 수탁사와 사무관리사에 대한 구상권을 보전할 수 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옵티머스 사태는 사기 범죄의 주체인 운용사 외에도 수탁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의 공동 책임이 있는 사안"이라며 "당사의 구상권을 보전하기 위해선 고객과 사적합의 형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NH투자증권은 고객과의 사적합의로 양도받은 권리를 근거로 공동 책임이 있는 수탁은행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 및 구상권 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 하나은행의 경우 실질적으로 펀드 운용에 대한 감시의 책임이 있는 수탁은행으로서,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NH투자증권의 입장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펀드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95% 이상 담는다는 투자제안서에도 불구하고 펀드가 나온 시점부터 사모사채만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유일한 회사였다. 

실제 옵티머스 펀드는 누적 판매금액 1조6000억원 중 80%에 해당하는 1조3000억원을 아트리파라다이스 등 6개 회사의 사모사채 투자에 집중하는 운용을 보였다. 그런데 2018년 펀드 환매 부족분이 발생하자, 하나은행은 3차례에 걸쳐 이를 은행의 고유자금인 지급준비금으로 대신 지급해 펀드의 환매중단을 막았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하나은행을 사기방조 혐의로 검찰에 통보한 바 있다.

또 예탁결제원은 운용사 요청에 따라 자산명세서 상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변경해 줘, 판매사와 투자자들이 오랜기간 정상적인 펀드운용이 이뤄진다고 오인하도록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대응 수준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예탁원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은 없으며 내부적으로 상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구상권 청구를 통해 각 기관들이 합당한 수준의 책임을 이행하도록 하고, 펀드 자산회수율을 높이는 데 회사의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주주가치를 보전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영채 사장은 "금융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상호간의 신용이 중요한데, 이번 건으로 상호 신뢰가 무너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번 이사회의 결정 역시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 각 플레이어들이 자체적인 관리·감독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NH투자증권 역시 뼈를 깎는 반성과 심기일전으로 재출발해 하루 빨리 전체 조직이 정상적인 업무체계로 복귀하고, 산업의 변화와 새로운 사업기회에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