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44조원 대미투자… 문 대통령 "빛나는 미래 시작하길"
4대 그룹, 44조원 대미투자… 문 대통령 "빛나는 미래 시작하길"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5.2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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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9조, SK하이닉스 1.1조 투자
LG에솔·SK이노 15조, 현대차는 8.3조원
文 "美 부품 공급망 확보… 韓 시장 개척"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ㆍ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ㆍ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반도체·배터리·바이오 산업과 관련해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계획을 소개하면서 "양국이 힘을 모은다면 미국 기업은 부품 공급망을 확보하고, 한국 기업은 더 넓은 세계 시장을 개척하면서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4대 기업은 이날 미국에 44조원을 투자하겠단 방침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상무부가 주관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사업 원탁 협의)' 행사에 참석해 "한미 양국은 70년간 이어온 굳건한 동맹을 바탕으로 경제와 산업 분야에서도 긴밀히 협력했다"며 "어려운 때 함께 하는 우정이 더욱 빛나듯 (양국 간 경제 협력을 통해) 빛나는 미래가 시작하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한미 간 경제 동맹을 강화하고, 기업인의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했다.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 연계를 통해 복원력과 안전성을 강화하고, 양국 간 교역·투자를 확대하는 등 호혜적 경제 협력을 논의한다는 취지다.

행사에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비공식 동행한 △최태원 SK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측에선 지나 레이몬도 상무부 장관과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최고경영자(이하 CEO) △스티브 키퍼 지엠(GM) 인터내셔널 대표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CEO △에드워드 브린 듀퐁 CEO △르네 제임스 암페어컴퓨팅 CEO가 참석했다.

양국 기업은 △최첨단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 대한 상호 투자를 통한 공급망 협력 강화 △배터리 공급 확대 △전기차 생산 및 미래차 인프라(시설) 구축 확대 △이를 통한 탄소중립과 차세대 기후기술 공동개발 등 그린(친환경) 산업 협력 추진 △미국의 백신 원천기술과 한국의 생산 역량을 활용해 한국을 글로벌 백신 허브화(세계적 집약체)할 수 있는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한국 측은 대미 투자 확대를 위한 미국 정부의 지원과 양국 기업 간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액 공제와 인프라 구축 등 적극적 투자 인센티브(가산점) 제공, 미국 내 반도체·배터리 신규 수요처 발굴, 국산 의약품의 미국 심사 신속 승인 등을 위한 정보 공유 활성화 등을 요청했다.

미국 측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한미 관계 발전과 양국 공급망의 안전성·회복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수한 제조업을 보유한 한국의 투자가 미국 제조업 재기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한국 측은 대대적인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삼성전자는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생산 전문) 공장 구축에 170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실리콘 밸리에 인공지능(AI)과 낸드 솔루션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기업은 약 140억달러(약 15조78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고, 현대차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과 충전 인프라 확충 등에 74억달러(약 8조3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화학 기업 듀퐁은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R&D 센터를 한국에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기업도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행사에서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두 나라 교역은 흔들리지 않았고, 올해 10%가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며 "한국은 지난해 기준 해외 투자액 중 27%를 미국에 투자했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해외 투자 중 25%가 미국 기업의 투자"라고 부각했다.

그러면서 "최근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며 "보다 더 안정적인 공급망이 필요하고, 상호 보완적인 산업 구조를 갖춘 양국 간 경제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덧붙여 "시너지(확대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반도체·배터리·바이오 산업"이라며 "미국 기업은 반도체 설계와 AI, 빅데이터, 미래차 등 최첨단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한국 기업은 반도체 생산과 저탄소 경제의 핵심 기술 배터리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한국 기업은 세계 2위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코로나 백신 개발을 주도하는 미국 기업과 함께 전세계 보급 속도를 높여갈 최적의 협력자가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양국 정부도 기업의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며 "오늘의 만남은 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