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긴 잠행을 끝내고 정치권 전면에 등판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 여권의 비판 수위도 과열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차기 대통령 선거 흥행 요소를 갖추기 위해 분주한 모양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광주 민주화 운동 41주년을 맞은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젊은 시절 전두환 장군이 떠오른다"고 힐난했다. 윤 전 총장이 "5·18은 국민의 자유 민주주의 자산이며, 살아있는 시대정신이자 헌법정신"이라고 평가한 것을 비난한 것이다.
김 의원은 "윤 전 총장이 5·18을 언급하니 30여년이란 나이 차이에도 둘의 모습은 많이 겹쳐 보인다"며 "전 장군은 12·12로는 군부를, 5·17로는 전국을 장악했다"고 복기했다.
그러면서 "2단계 쿠데타"라며 "윤 전 총장의 시작도 조직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검찰의 권력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겁도 없이 개혁의 칼날을 들이대니, 조국을 칠 수밖에 없었다. 당시만 해도 역심까지 품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선동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전날 SNS에서 "5·18 운동을 지속적으로 폄훼해 온 지만원 씨를 무혐의 처분한 윤 전 총장은 5·18 정신을 언급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덧붙여 "정권의 앞잡이가 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검찰, 선택적 수사로 정치와 선거에 개입해 민주주의를 훼손하려 했었던 정치 검찰이 무슨 낯으로 5·18 정신과 헌법정신을 운운하는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심지어 북한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까지 나서 윤 전 총장을 풍자하는 내용의 연극을 방송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윤 전 총장을 '별찌(별똥별)처럼 반짝하고 사라질 수 있는 인물'이라로 묘사했다. 북한 매체가 국내 정치인을 거론한 경우는 종종 있지만, 특정 정치인을 주인공 삼아 방송극까지 만들어 올린 건 극히 이례적이다.
범여권의 이같은 윤 전 총장 비난은 그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보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가 다소 높다는 점에서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정치권은 여권의 이같은 반응은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윤 전 총장 영입 여부를 두고 서서히 의견이 갈리고 있다. 특히 홍준표 무소속 의원 복당을 두고 이견이 있는데, 윤 전 총장이 당에 들어오지 못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음달 11일 국민의힘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에서의 당대표 선출에 도전한 김웅 의원은 "홍 의원이 복당하면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못 들어온다"고 관측했다. 중진 하태경 의원 역시 "윤석열 입당은 동반상승의 길이지만, 홍준표 입당은 동반몰살의 길"이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진박' 김재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경우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면서, 윤 전 총장 영입과 관련해 "내가 나서야 공감을 얻을 것"이라고 역할을 자처했다.
김 전 의원은 "윤 전 총장과 함께하지 않으면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때 저는 검찰에 기소돼 징역 5년에 벌금 10억원의 구형을 받았지만, 1심부터 대법원까지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소회했다.
이어 "제가 국민의힘 지휘부의 일원으로서 윤 전 총장의 영입에 앞장선다면, 당내에서 걱정하는 분과 많은 국민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나서야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역할론을 재차 부각했다.
반대로 윤 전 총장과의 연대에 선을 긋는 목소리도 있다.
당권에 도전한 김은혜 의원은 국민의힘 안에서 윤 전 총장 영입을 부심하고 있는 것 등에 대해 "당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 지 스스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우선"이라며 "오로지 윤석열로 그걸 갈음하는 건 온당한 게 아니다"라고 고언했다.
그러면서 "저는 어떤 선택이든 우리가 윤 전 총장이나 다른 신진 세력이, 그러니까 대권을 원하는 분이 쳐다볼 만한 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강 우선론을 강조했다.
덧붙여 "들어오고 싶은 당이 돼야 한다"며 "우리가 짝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시너지(확대효과)를 낼 수 있는 그런 당이 되려면 스스로가 매력적이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저도 오픈 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제)를 주장했고, 우리의 정강·정책에 찬성한다면 함께 들어와 축제와 같은 그런 대선의 한 판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윤 전 총장은 아직 자신의 정치 참여 선언을 하지 않았다"고도 비판했다.
이어 "누구와 어떻게 정치를 하겠다고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그 분의 입만 따라가면서 너울너울 춤을 추는 듯한 그런 행태는 당을 왜소하게 만드는 것이고, 본말전도하는 것"이라며 "우리 당이 나아가야 할 바와 고쳐야 할 것, 그리고 스스로 자강해야 될 부분을 챙기면서 누가 들어오더라도 떳떳하게 그 분이 먼저 프로포즈(구애)를 할 수 있는 그런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고 쓴소리했다.
다만 윤 전 총장 영입 전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가 끝나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안 대표와의 합당으로 중도층과 청년층 민심을 확보하고, 윤 전 총장을 영입해 컨벤션 효과(정치적 행사 후 지지율 상승 현상)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야권에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새 대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대화에서 "최근 움직이는 사람 중에는 김 전 부총리가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한 듯하다"며 "흙수저에서 시작해서 드라마틱(극적)한 스토리(일화)가 있는 인물로, 스토리텔링(담화)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후부터 본격화할 대선후보 경선 정국에서 보수 야권의 흥행 요소도 하나둘 갖춰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나아가 자당 소속 김태호 의원과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표,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비롯해 무소속 홍 의원 등 기존 야권의 대권 잠룡을 부각하기 위한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