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른다"…유동성 급발진 '부동산·가상자산' 급정지 임박
"금리 오른다"…유동성 급발진 '부동산·가상자산' 급정지 임박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1.05.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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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지속적 물가 상승세에 올해 말·내년 초 기준금리 인상설 대두
증시, 반응 시작했지만 통화정책 전환 현실화 후엔 더 큰 리스크 직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쇼핑몰. (사진=신아일보DB)
사람들로 북적이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쇼핑몰. (사진=신아일보DB)

주요국 물가가 지속해서 오름세를 보임에 따라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0%' 수준으로 내려앉은 기준금리가 위를 향해 방향을 틀 경우 자산시장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도 뒤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진즉에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지만, 통화정책 전환을 눈으로 확인한 뒤 더 큰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부동산과 유동성에 기반해 급발진한 가상자산은 금리 인상을 앞두고 언제 급브레이크를 밟을 지 모르는 상황이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5월에 전년 동월 대비 하락한 뒤 지속해서 상승세를 보인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작년 동월 대비 4.2%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8년 9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작년 초 코로나19 사태 발발 후 급격히 위축됐던 세계 경제가 최근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금리 상승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인 0.50%까지 내려온 상태며, 미국 역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00∼0.25%에 묶어두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쯤에는 미국과 한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 검토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엄석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 때문에 금리를 내린 것"이라며 "백신 보급이 차질 없이 이뤄질 경우 하반기쯤에는 금리 인상이 고려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오르더라도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가 시작됐다는 신호를 확인한 시장의 변동성은 급격히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가격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는 자산은 주식과 부동산, 가상자산이 대표적이다. 특히, 주식시장은 일찌감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면서 민감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달 총 5.4% 올랐던 미국 증시 나스닥 지수는 이달 들어 -3.8% 변동률을 기록 중이다. 금리에 특히 민감한 기술·성장주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 지수는 작년 10월에 2.29% 하락한 뒤 7개월 만에 하락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1월25일 사상 처음 3200선을 넘어 마감한 한국 코스피 지수는 이후 박스권에 갖혀 눈치 보기 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금리 인상 우려를 담은 뉴스가 많았던 지난주에는 1.37% 하락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금리 얘기가 워낙 많이 나와서 이미 주가에도 어느 정도 금리 인상 가능성이 반영됐다고 보지만, 기대치에서 벗어나는 충격이 있을 때 주가가 움직인다"며 "미 연준에서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이다'라면서 충격을 완화하려고 노력하는데, 이게 진짜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이런 게 리스크 요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은 투자자와 실수요자 모두의 대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데서 금리 인상에 민감하다. 전문가들은 대출 비중이 과하거나 상환 여력이 악화된 세대는 이자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출 연장 가능 여부도 미리 따져봐야 한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준 금리가 올라가면 가정 먼저 대출 원리금이 올라가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며 "드문 경우일 수는 있어도 LTV(담보인정비율)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상한까지 대출을 받았거나 경기 악화로 실업 상태에 빠진 경우 기존 대출을 연장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작년부터 투자 시장에서 급격히 몸집을 키운 가상자산에도 금리 인상은 악재다. 전문가들은 기업 가치에 기반해 가격이 형성되는 주식과 달리 눈에 보이는 가치를 찾기 어려운 가상자산의 경우 유동성에 더 민감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남훈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금리가 오르면 달러와 같은 전통적 금융자산 쪽으로 유동성이 쏠릴 수 있고, 유동성에 기반해 상승했던 가상자산같은 경우는 당연히 가격이 빠질 우려가 있다"며 "특히, 실제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기대감으로 오른 가상자산 가격은 유동성 축소와 함께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