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문 대통령 면담 요청… 靑 "검토할 것"
국민의힘, 문 대통령 면담 요청… 靑 "검토할 것"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5.1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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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일방적 임명 유감… 불통 국정운영 수용 못 해"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이 1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를 찾아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이 1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를 찾아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청와대는 14일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검토 여부를 언급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유영민 비서실장이 김 대행과 만나 어떤 반응을 보였느냐' 묻자 "비서실장과는 의견을 나누거나 들을 기회나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행이 재차 면담을 요청하신 것에 대해 검토할 것으로 알고 있고, 소통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행은 전날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의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일부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협상이 결렬되자 "이 문제는 인사권자인 대통령께서 결단해야 할 문제"라며 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이날 청와대 앞에서 실시한 의원총회 전에 유 실장을 만났다.

김 대행은 취재진을 향해 "대통령에게 장관 임명 전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음에도 대답 없이 일방적으로 임명한 것은 유감"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소통 없이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우리가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당청은 인사청문 정국 돌파구로 '장관 후보자 우선 사퇴' 방안에 일찌감치 물밑 공감대를 이뤘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외적으론 초선 의원 모임이 집단 행동을 통해 '최소 1명' 낙마론을 주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이미 지난 주말 당정청 협의회에서 청와대에 언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안팎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9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청 협의회에서 야권이 부적격으로 판정한 장관 후보자 3인방의 거취 문제를 포함한 정국 해법을 의제로 논의했다. 이 자리엔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홍남기 총리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청와대 유 실장, 이철희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리에서 당 지도부는 논란이 큰 후보자 중 최소 1명을 먼저 물러나게 하자고 제안했고, 다른 참석자도 동의했다는 후문이다. 일부 후보자의 거취 문제를 마무리하면 총리 인준안을 표결하고, 이후 나머지 장관 임명까지 차례로 진행하는 수순으로 일정이 대략 정리했단 의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기자단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야당이 반대한다고 검증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라고 조목조목 그들이 적임자임을 피력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고, 이후 향방은 답보로 빠졌다.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이번 인사는 일단락했지만, 문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불쾌감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여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지금 코로나 위기는 끝나지 않았고,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국민의 삶은 여전히 어렵다"고 인정했다.

이어 "여전히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고, 고용 상황도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가 더욱 키운 격차와 불평등으로 고통이 더욱 커진, 여전히 지금 고통을 겪고 있는 그런 국민이 많다"고 부각했다.

다만 "무엇보다 유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4·7 재·보궐 선거의 패배를 쓴 약으로 삼아서 국민이 가장 아프고 힘든 부분을 챙기는 데서부터 정부와 여당이 유능함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자리, 부동산, 불평등 해소 등 당·정·청이 함께 풀어가야 할 민생 과제가 많고, 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그런 문제"라며 "특히 경제·사회가 질적으로 달라지고 있는 대전환의 시기에 변화에 앞서가고, 또 잘 준비해 가는 유능한 모습을 국민께 우리가 함께 보여드릴 수 있길 바란다"고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유능함은 단합된 모습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모든 문제에서 똑같은 목소리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서도 그 의견이 같은 방향으로 향하고, 또 깊이 있는 소통을 통해 결국은 하나로 힘을 모아나갈 때, 그리고 그런 모습이 일관되게 지속될 때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발언은 국정운영에 있어서 여당의 협조를 촉구한 것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이 되면 정부와 여당 간 좀 틈이 벌어지기도 하고, 또 당도 선거를 앞둔 그런 경쟁 때문에 분열된 모습을 보였던 것이 과거 정당의 역사였다"며 "우리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어 "새 지도부가 우리 당을 잘 단합시켜 주고, 또 그 힘으로 당·정·청 간에도 더 긴밀한 소통과 협력으로 국민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드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당부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