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가는 경선 연기론에 이재명 '화색'… 이낙연·정세균 '사색'
식어가는 경선 연기론에 이재명 '화색'… 이낙연·정세균 '사색'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5.1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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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선 연기론에 "원칙대로 하는 게 합당"
여론 39.9% "예정대로 진행해야" 이재명 힘싣기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차기 대통령 선거 경선 연기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외연 확장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대권 선호도 답보 상태에 놓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도 토론회 정치와 지역 공략으로 반등점을 노리는 모양새다.

이 지사는 12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비주거용 부동산 공평과세 실현'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이 '당 안에서 경선 연기론이 계속 나오고 있다' 말하자 "원칙대로 하면 제일 조용하고 합당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최근 여당 안팎에선 '대선 180일 전 후보를 선출한다' 명시한 당헌에 따라 9월에 실시할 수 있는 당내 경선을 11월로 미루자는 의견이 나온다. 코로나19 시국을 염두에 둔 의견도 있지만, 한편으론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이 지사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이날 한길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지난 8~11일 전국 성인 1010명 대상, 쿠키뉴스 의뢰)를 보면 이 지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양자 대결에서 37.4%를 나타냈다. 윤 전 총장은 40.2%로, 오차범위 안에서 팽팽하다. 지지 후보가 없단 의견은 18.7%, 유보는 3.8%다.

대선후보 지지도 전체 조사에서도 윤 전 총장 24.4%, 이 지사는 24.4%로 양강 접전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13.0%, 정 전 총리는 4.3%로 아직까진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응답률 4.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하 여론조사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이 때문인지 정 전 총리 등을 비롯한 일부 인사는 이 지사를 추격하면서 경선 연기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전날 "당 지도부가 최선의 숙고와 검증, 논의를 통해 안을 만드는 게 좋겠다"며 "선수는 주어진 룰(규칙)에 맞춰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말하면서 사실상 연기론을 찬성하는 기조를 보였다.

정 전 총리는 또 친이재명 계열 일부가 부동산 책임론을 꺼낸 것에 대해선 "당연히 책임이 있다"라면서도 "아마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을 것"이라고 역공했다.

여당 내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두관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상당한 사유가 있으면 당무위원회 의결로 (경선 일정을) 달리 할 수 있다"며 "당헌·당규에 크게 위배되지 않으면 대선 후보와 지도부가 협의해 결정하는 게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고 부각했다.

하지만 여론은 경선 일정은 별반 문제가 없단 분위기다. 같은 날 에스티아이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지난 10~11일 전국 성인 1000명)를 보면 '특정 주자가 불리할 수 있으므로 당헌·당규에 따라 9월에 진행해야 한다' 의견이 39.9%다. '경선 시기는 상관없다' 목소리도 35.2%에 달했다. '코로나19 상황과 경선 흥행 등을 고려해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 주장은 16.9%에 그쳤다.

민주당 지지층이란 응답자 중 41.5%가 '9월 진행'을 피력했고, '연기하자'는 23.7%다. '상관없다'의 경우 27.7%로 나타났다. 이 지사 지지층에선 49.8%가 9월 진행을 원했다. '연기'는 18.2%다. 이 전 대표 지지층은 29.8%가, 정 전 총리 지지자도 38.2%가 '9월 진행'을 택했다. '연기'는 이 지사 지지층 34.3%, 정 전 총리 쪽은 36.1%다. (응답률 3.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과거 사례를 보면 1992년 14대 대선 이후 2012년 18대 대선까지 후보를 먼저 내세운 정당이 대권을 거머쥐었다. 일각에선 컨벤션 효과(정치 행사 후 지지율 상승 현상)를 노리기 위해 늦게 후보를 내야 한다고 하지만, 이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15대 대선 당시엔 1997년 5월 선출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7월 선출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대선에서 승리했다. 17대 대선 땐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2007년 10월 후보로 선출됐지만, 두 달 먼저 후보로 선출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했다. 18대 대선 역시 2012년 8월 선출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9월 확정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대선에서 눌렀다.

한편 이 지사는 국회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이날 토론회 역시 경기도청이 주관한 행사지만, 여의도에서 실시했다. 또 토론회 후에는 서울 마포구에서의 '민주평화광장' 출범식에 자리했다.

민주평화광장은 사실상의 이 지사 지지 모임이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연구재단 '광장'이 추구했던 가치와 민주당의 '민주', 경기도의 도정 가치인 '평화'를 합친 것이다. 각계 인사 1만5000명이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고, 현역 의원은 18명이다. 친노·친문계 좌장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김성환·이해식 의원 등을 비롯해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과 이형석·장경태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공동대표는 5선 조정식 의원 맡았다.

이 전 대표는 호남에서 '신복지 광주포럼'을, 영남에선 '가덕신공항-신복지 부산포럼' 등에 참석하면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일엔 연구기관 '연대와 공생' 심포지엄(토론)에, 전날엔 '청년 1인 가구 주거 대책' 토론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3박 4일 일정으로 고향 전라북도에서 지역 다지기에 들어갔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