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IPO 발판 삼아 커보자"…조직 역량 집중
증권사 "IPO 발판 삼아 커보자"…조직 역량 집중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5.1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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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인력 개편·확장에 사후관리까지 책임지는 콘텐츠도 개발
대어급 기업공개 줄이어…카카오 계열·바이오사 등 상장 검토
한국거래소가 지난 11일 거래소 서울사옥에서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을 열었다. (사진=거래소)
한국거래소가 지난 11일 거래소 서울사옥에서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기념식을 열었다. (사진=거래소)

작년 하반기부터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공모시장에서 선두를 잡기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자사가 기업공개(IPO)를 주관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를 기획하는가 하면, 상장 추진 기업을 공격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관련 부서와 인력을 확대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IPO를 주관한 기업들만 모아 코퍼레이트 데이를 진행한다. 코퍼레이트 데이는 특정 증권사가 회사 주관으로 기관 투자자를 초청해 진행하는 일종의 기업 설명회다. 

당초 키움증권은 코퍼레이트 데이를 정기적으로 진행했지만, 직접 IPO를 주관한 기업들만 모아 설명회를 여는 것은 창립 이래 처음이다.

최근 공모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증권사들 사이에서 상장주관 계약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데 따라, 키움증권은 IPO를 주관한 기업에 대한 관리 역량을 높이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증권사들은 자사가 IPO를 주관한 기업의 사전 관리에만 신경 쓰는 경우가 많은데, 키움증권은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의 상장 전과 후를 모두 관리함으로써 상장사로 하여금 '원스톱 케어'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최근 공모시장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이번 IPO 코퍼레이트 데이에도 기관투자자들의 사전예약 열기가 뜨거웠다"며 "앞으로도 반기 중 1회가량 정기적으로 IPO 코퍼레이트 데이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타 증권사들 역시 이런 IPO 열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최근 KB증권은 주관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주식자본시장(ECM)부서를 4개 체제로 확대했다. 최근 TMT(방송통신기술·Technology, Media, Telecom) 기업의 IPO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KB증권의 설명이다. 동시에 올해 들어 12명의 신규 인력을 충원했다. 

작년 IPO 실을 사업단으로 승격한 하나금융투자는 조직별 전문성 강화를 위한 조치로 IPO 3실을 신설했고, 유안타증권도 올 초 삼성증권 출신 IB 전문가인 김병철 상무를 영입해 ECM 2팀을 새로이 구성하면서 신규 인력 4명을 추가로 배치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작년 IPO 부서를 단일 부서에서 2개 부서로 확대한 데 이어, 1년 만인 올해 초 해당 부서를 2부에서 3부로 빠르게 확대했다. 

이렇듯 증권사들이 IPO 역량 강화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앞으로도 굵직한 딜이 연이어 나오며 공모 열기가 식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상장 예정인 LG에너지솔루션과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등이 이미 주관사 선정을 완료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재팬과 같은 카카오 계열사 및 SK바이오팜·SK바이오사이언스의 흥행에 따른 다수 바이오 기업들도 향후 IPO를 검토 중이다.

A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시장이 활성화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IPO는 앞으로도 증권사들의 큰 수입원이 될 수 있다"며 "관련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시도는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B 증권사 관계자도 "자본시장에서 IPO가 전통적으로 중요한 먹거리였기도 하고, 최근 IPO의 흥행에 따라 IPO에 대한 비상장기업들의 니즈도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가 부동산 투자규제로 인해 주식시장에는 투자에 최적화된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개인 투자자들의 청약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도 다양하게 마련해놓은 덕에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분위기가 크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내달부터 시행되는 공모주 중복 청약 금지 규정이 IPO 시장의 열기를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단 의견도 나온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단기적으로는 대어급 기업들이 연달아 상장함에 따르는 피로도도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오는 6월부터는 공모주 중복 청약 금지 규정이 시행되면서 IPO 시장의 열기가 다소 누그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