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실적 악화에 결국…할리스 종로본점 '눈물의 철수'
[단독] 실적 악화에 결국…할리스 종로본점 '눈물의 철수'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5.11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로상권 터줏대감 5년 만에 운영 중단, 3층짜리 '종로3가점'도 폐점
카공족 등 MZ세대 취향 반영 공간 마케팅 강조했지만 코로나19 타격
간판 철거 등 철수작업이 진행 중인 할리스 종로본점. 4층 규모의 대형 카페였다. [사진=박성은 기자]
간판 철거 등 철수작업이 진행 중인 할리스 종로본점. 4층 규모의 대형 카페였다. [사진=박성은 기자]

커피전문점 할리스(대표 신유정)가 4층 규모의 종로본점 매장을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종로본점은 브랜드 본점이란 상징성 못지않게 넓은 공간을 선호하는 MZ세대의 카페 취향에 따라 공간에 집중 투자해 할리스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곳이었다. 

하지만 할리스는 최근 실적 악화와 함께 종로본점 매장 철수를 단행하면서 그간 강조했던 공간 마케팅에 힘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본지 취재 결과 할리스 종로본점은 지난 4월26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이 종료돼 현재 철수가 진행 중이다. 할리스 종로본점은 4층 규모의 대형 카페였다. 1층은 주문 바(Bar)와 소규모 좌석, 2~3층은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다양한 좌석과 테이블로 구성된 Talk&Rest, 4층은 공부나 작업하기 좋은 환경의 1~2인 좌석으로 집중 구성된 Study 공간으로 배치했다. 

특히 Study 공간은 좌식 소파에 개인용 미니 스탠드까지 갖춰졌다. 웬만한 스터디카페 못지않은 편의시설로 2030 카공족(카페에서 공부·업무 등을 하는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었다. ‘할리스 도서관’이란 애칭이 생길 정도였다. 종로상권이 인근 대형 학원가와 오피스 중심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해 선보인 곳이었다. 

할리스 종로본점은 1900년대 초반 대형 극장으로 유명세를 탔던 ‘우미관’ 터가 있던 곳이다. 할리스 종로본점은 과거 종로매장이 2016년 7월 새롭게 이전된 것으로 바로 직전엔 맥도날드 매장이 오랫동안 자리했었다. 당시 성장가도를 달렸던 할리스가 대형 카페로 들어서면서 맥도날드를 밀어내고 종로상권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평들이 많았다. 할리스 종로본점은 코로나19 발생 전까지 24시간 운영되며 번화한 종로상권에서 밤낮으로 불 켜진 몇 안 되는 곳이기도 했다. 

최근까지 운영됐던 할리스 종로본점 입구 모습. [사진=박성은 기자]
최근까지 운영됐던 할리스 종로본점 입구 모습. [사진=박성은 기자]

비단 종로본점만 철수한 것은 아니다. 종로본점에서 직선거리로 300미터(m) 가량 채 되지 않는 종로3가점 역시 최근 폐점된 것으로 확인됐다. 3층 규모의 종로3가점은 종로본점보다 규모와 좌석 수는 적지만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확산 전까진 24시간 운영된 곳이었다. 

이에 따라 종로3가와 종각역을 중심으로 한 종로상권에서 위치한 할리스 매장은 ‘할리스 종로DGB점’ 1곳만 남았다. 하지만 이 곳은 DGB대구은행 건물 내에 입점한 1층 규모의 카페다. 카공족이 자주 찾는 종로본점, 종로3가점과는 콘셉트가 다르다.

할리스는 MZ세대 취향을 적극 반영하며 성장해온 카페 브랜드다. 2010년대 중반부터 카공족 등 2030 소비 트렌드를 재빠르게 읽고 ‘공간’과 ‘라이프스타일’을 집중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턴 대학가와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낮게는 2층부터 높게는 4층 이상 규모의 중대형 매장을 활발히 출점·전환하고, 24시간 운영 매장을 늘렸다. 대학가는 다수의 1~2인석, 오피스 상권은 미팅하기 좋은 그룹석을 두는 등 상권 특성에 맞춰 좌석 스타일을 달리했다. MZ세대가 커피전문점을 갈 때 우선순위로 꼽는 와이파이와 콘센트 서비스도 강화했다. 

종로본점과 종로3가점이 위치한 종로상권은 YBM과 파고다, 해커스 등 대형 학원가가 밀집한 곳이다. 여러 대기업과 은행들도 많아 퇴근 후 자기계발에 힘쓰는 셀리던트(직장인을 뜻하는 샐러리맨과 학생의 스튜던트의 조합) 수요도 많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학원가 휴원이 길어지고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종로상권은 크게 위축됐다. 대형 카페인 할리스 종로본점과 종로3가점도 이 같은 코로나19 여파를 이기지 못해 폐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3층 규모의 할리스 종로3가점이 있던 자리. 현재는 1층 귀금속 상가, 2층 치과로 바뀌었다. 3층은 아직 공실이다. 바로 옆자리에 위치한 스타벅스커피 매장은 계속 운영 중이다. [사진=박성은 기자]
3층 규모의 할리스 종로3가점이 있던 자리. 현재는 1층 귀금속 상가, 2층 치과로 바뀌었다. 3층은 아직 공실이다. 바로 옆자리에 위치한 스타벅스커피 매장은 계속 운영 중이다. [사진=박성은 기자]

실제 할리스 실적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좋지 못했다. 매출액은 2013년 685억원에서 2016년 1286억원, 2019년 1649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했지만 지난해엔 1406억원으로 다시 주저앉았다. 영업이익도 2019년 155억원에서 지난해 37억원으로 76%가량 급감했다. 또, 12억원 가량 당기순손실이 난 상태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피해가 가장 컸던 대형 커피브랜드로 할리스를 꼽는 얘기들이 많다”며 “그간 공간에 투자를 집중한 덕분에 성장을 이어갔지만, 지금은 이러한 공간 전략이 역성장의 주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할리스는 종로본점과 종로3가점 철수에 대해선 각각 임대차 계약과 가맹점 계약이 종료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할리스 관계자는 “종로본점은 철수했지만 추후 근방에 소비자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매장을 열 계획”이라면서도 “직영점으로 오픈할 예정이지만 규모·오픈 시기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할리스는 지난 2013년부터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운영 주체였다가 지난해 KG그룹으로부터 인수됐다. 이후 올 3월엔 기존 ‘할리스커피’ 로고와 브랜드 명에서 커피를 떼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새 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2025년까지 직·가맹점 합산 5000억원 매출, 1000개 매장, 3000명 직원 달성이 목표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