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30대, 빚이 소득보다 평균 2.6배 많아
우리나라 30대, 빚이 소득보다 평균 2.6배 많아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5.1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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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주식 가격 폭등에 내집마련·빚투 수요 급증
연령대별 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LTI). (자료=장혜영 의원실)
연령대별 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LTI). (자료=장혜영 의원실)

우리나라 30대가 가진 빚이 소득보다 평균 2.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주식 가격이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내 집 마련 수요와 빚투(빚을 활용한 투자) 수요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11일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30대의 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LTI)은 262.2%에 달했다. 이는 1년 새 24%p 급증한 수치로 모든 연령대와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령대별 LTI 자료를 보면 작년 말 전체 가계의 LTI는 229.1%를 기록했다. 전체 가계가 평균적으로 소득의 두 배가 넘는 부채를 보유하고 있던 셈이다. 그 중 30대의 LTI는 262.2%로 가장 높았다. 작년 LTI 상승폭(24%p)은 앞선 두 해 동안의 상승폭인 14.2%p 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같은 기간 20대 LTI 역시 23.8%p 늘어난 147.8%로 집계됐다. 전체 가계의 LTI가 11.6%p, 50대는 6%p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년층의 부채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장 의원은 작년 폭등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청년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무리하게 빚을 내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작년 상반기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은 총 86조4000억원에 달했는데, 그 중 30대의 주담대 신규취급액이 30조4000억원(35.1%)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빚을 내 주식 투자를 한 신용융자거래 잔액도 작년 8월 기준으로 2019년 말과 비교했을 때, 20대가 133.8%로 가장 크게 늘었다. 30대 역시 71%에 이르는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한편, 작년 청년 4명 가운데 1명이 실업 상태였다는 점도 소득에 악영향을 미쳐 LTI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장 의원의 주장이다.

장 의원은 "폭등하는 자산 가격과 고용 불안 등으로 청년들이 버는 돈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빚을 떠안고 있다"며 "이럴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청년들을 폭등한 자산에 빚내서 올라타게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청년 가계의 부실 뿐 아니라 실업 상태에 놓여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들과의 자산 격차를 더욱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지금 시급한 것은 대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자산 과세 강화를 통해 자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