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30대가 가진 빚이 소득보다 평균 2.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주식 가격이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내 집 마련 수요와 빚투(빚을 활용한 투자) 수요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11일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30대의 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LTI)은 262.2%에 달했다. 이는 1년 새 24%p 급증한 수치로 모든 연령대와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령대별 LTI 자료를 보면 작년 말 전체 가계의 LTI는 229.1%를 기록했다. 전체 가계가 평균적으로 소득의 두 배가 넘는 부채를 보유하고 있던 셈이다. 그 중 30대의 LTI는 262.2%로 가장 높았다. 작년 LTI 상승폭(24%p)은 앞선 두 해 동안의 상승폭인 14.2%p 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같은 기간 20대 LTI 역시 23.8%p 늘어난 147.8%로 집계됐다. 전체 가계의 LTI가 11.6%p, 50대는 6%p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년층의 부채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장 의원은 작년 폭등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청년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무리하게 빚을 내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작년 상반기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은 총 86조4000억원에 달했는데, 그 중 30대의 주담대 신규취급액이 30조4000억원(35.1%)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빚을 내 주식 투자를 한 신용융자거래 잔액도 작년 8월 기준으로 2019년 말과 비교했을 때, 20대가 133.8%로 가장 크게 늘었다. 30대 역시 71%에 이르는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한편, 작년 청년 4명 가운데 1명이 실업 상태였다는 점도 소득에 악영향을 미쳐 LTI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장 의원의 주장이다.
장 의원은 "폭등하는 자산 가격과 고용 불안 등으로 청년들이 버는 돈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빚을 떠안고 있다"며 "이럴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청년들을 폭등한 자산에 빚내서 올라타게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청년 가계의 부실 뿐 아니라 실업 상태에 놓여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들과의 자산 격차를 더욱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지금 시급한 것은 대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자산 과세 강화를 통해 자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