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실손 청구 중계 역할 두고 '보험·의료' 찬반 대립
'심평원' 실손 청구 중계 역할 두고 '보험·의료' 찬반 대립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1.05.1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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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사협, 설립 목적 상실·비급여 관리 수단 활용 우려
손보협 "업무 외 자료 활용 금지 등 이미 안전장치 있다" 반박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 주요 내용. (자료=국회의안정보시스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 주요 내용. (자료=국회의안정보시스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심평원에 보험금 청구 자료 중계 역할을 맡기는 방안을 두고 의료업계와 보험업계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병원협회와 의사협회는 심평원이 중계자 역할을 할 경우 설립 목적 자체를 상실하게 되고, 실손보험 청구 과정에서 확보된 자료가 비급여 진료비 관리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손보협은 이미 관련 법 개정안에 실손보험 청구 자료를 업무 외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장치가 있다며, 의료업계의 논리를 정면 반박했다.

11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김병욱·성일종·전재수·윤창현 의원과 교육위원회 정청래 의원이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들 개정안에는 실손보험 계약자나 피보험자 등이 요양기관에 진료비 계산서 등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보험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전산 체계 구축과 운영 관련 사무를 전문중계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각 개정안은 큰 틀에서 비슷하지만, 중계기관을 누가 하느냐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윤창현 의원과 고용진 의원, 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중계기관 역할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할 수 있게 했고, 김병욱 의원과 전재수 의원은 심평원을 포함한 제3기관이 전문중계기관 역할을 할 수 있게 법안을 만들었다.

이 중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두려는 이유는 이미 요양기관으로부터 의료데이터를 받아 관리 중인 심평원을 통해 진료기록이 오갈 경우 정보 유출 등 문제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김병욱·성일종·전재수·윤창현 의원이 지난 10일 개최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입법 공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직접적 당사자인 의료업계와 보험업계는 심평원의 중계 기능을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부닥쳤다.

◇ "민간보험사 업무 대행 안 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자체를 지속해서 거부해 온 의료업계는 심평원에 대한 본질적 역할론을 앞세워 반대 의견을 냈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현재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심평원은 공적의 자산이며, 공적 보험을 활용하는 데 쓰이도록 설립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된다면, 심평원이 민간보험사 업무를 대행하는 것이므로 적법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의료업계는 심평원이 중계 기능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관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표출했다.

지규열 대한의사협회 보험자문위원은 "심평원이 실손보험 청구 중계기관이 된다면 공공보험에 대한 자료뿐만 아니라 민간보험에 대한 자료를 모두 보유하게 돼 비급여 관리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계 역할 중 정보 유출에 대한 문제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 "신뢰도 높은 공공기관에 맡겨야"

반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지지해 온 보험업계와 시민단체는 심평원이 중계자 역할을 하는 데 찬성했다. 공공기관이 중계기관 역할을 맡으면 상당 부분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고,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개선하면 된다는 논리다.

윤영미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중계기관 역할을 어느 곳에서 하는지는 큰 문제는 없지만, 공공기관에 그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소비자 신뢰도가 높다"며 "현행 의료법이나 건강보험법상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관계자들이 합의를 통해 수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평원이 확보한 자료를 비급여 진료비 관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료업계의 우려에 대해서는 개정안에 이미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반박했다.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은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중계기관의 업무 외 사용과 보관, 비밀누설 금지 의무와 벌칙과 관련된 조항을 이미 마련해 뒀다"며 "또,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중계기관을 맡게 되면 의료정보의 유출이나 오남용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중계기관을 둘러싼 업계 간 의견 충돌을 해소하고, 효과적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공인식 보건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장은 "실손보험 청구과정에서 심평원의 중계기관 활용에 대해 보험사가 의료내역을 어떻게 활용하고,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의료업계의 우려를 알고 있다"며 "소통의 채널을 통해 실손보험 청구 문제 등에 의료계가 참여하는 기회나 절차를 만들어 보험업계와 견해 차이를 좁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ykan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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