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마디에 김부겸에까지 불똥… 野 "채택 안 한다"
대통령 한마디에 김부겸에까지 불똥… 野 "채택 안 한다"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5.1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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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거부 국민의힘 작심 비판
서병수 "文, 야당 얘기 중요성 인식 안 해… 채택 안 할 것"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인사청문회가 정책 능력을 따지도록 개선되길 바란다"고 야당을 작심 비판하면서 국회 갈등이 심화할 전망이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이 취임 4년 특별연설에서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청와대 인사 검증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며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겠단 입장을 피력했다.

서 의원은 "대통령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 야당이 얘기하는 것에 대해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고 임명하겠단 의도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인사청문회가 형식적으로 흘러가게 된다"며 "형식적인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할 수 없다는 게 위원장으로서의 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야당은 김 후보자를 비롯해 노형욱(국토교통부)·박준영(해양수산부)·임혜숙(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문제삼으면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특별연설 후 출입기자단과의 질의응답 중 "오늘까지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한인데, 논의를 지켜보고 종합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국무위원 후보자 임명 강행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 가지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대통령은 정말 유능한 장관을 발탁하고 싶다"며 "아마 국민도 최고 전문가·능력자가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야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토부 노 후보자에 대해선 "알다시피 주택을 차질 없이 공급하고, 국토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개혁하는 것을 두고 국토부 내부에선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생각한다"며 "외부에서 (장관 적임자를) 찾으면서, 그 정도 능력을 갖춘 분이 누가 있을까 고심하면서 지금의 후보자를 발탁하게 된 것"이라고 부각했다.

또 해수부 박 후보자에 대해선 "한진해운 파산 후 몰락한 해운업계를 재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 한진 파산 이전의 해운 강국 위상을 되찾는 게 차기 해수부 장관의 역할이고, 그 점에 있어서 최고 능력가라 판단해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이라고 조목조목 사유를 설명했다.

과기부 임 후보자에 대해서도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산업이 빠르게 변하면서 전문 인력이 부족한데, 과학기술 분야 인재를 늘리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여성이 진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제 판단이 옳다는 게 아니라 왜 이 사람을 발탁했는지 취지와 기대 능력과 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 흠결 부분을 함께 저울질해 발탁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하지만 우리 인사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재치고 오롯이 흠결만 놓고 따지는 청문회가 됐다"고 맹비난했다.

또 야당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적하고 있는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를 두고는 "(조국·추미애 전 장관 때) 법무부 차관을 했단 이유로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한다는 건 잘 납득이 안 간다"며 "알다시피 대검찰청 검사가 법무부 차관이나 대검 차장, 각급 고등검사장을 순향하며 맡고 있고 어느 자리든 현 정부에서 임명된 건 마찬가지"라고 내세웠다.

이어 "그 가운데 김 후보자가 적합하다고 해서 임명한 것인데, 그렇단 이유로 중립을 지키지 않을 것이란 건 과도한 생각"이라고 부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3명의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해 당초 174석을 가졌다는 점에서 단독으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할 수 있지만, 지난 재·보궐 선거 참패 후 인사 독주 논란에 휘말릴 것을 염려해 숙고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이른바 '부적격 3인방'을 감싸면서, 여당은 흔들리던 판단을 다시 공고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용진 당 수석대변인은 "의원총회에서까지 의견을 들어보고, 송영길 대표가 그 이후 지도부 회의를 거쳐 우리 쪽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하기로 했다"며 "해당 상임위원회 의견까지 듣고 전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고 대변인은 "상임 위원은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해 결격 사유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 중론"이라면서도 "당 지도부는 보선 이후 민심을 경청하고 반영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부연했다.

덧붙여 문 대통령 특별연설과 기자회견과 관련해선 “(당 지도부는) 대통령의 말씀을 듣고, 청문회 제도는 정말 이 상태로는 안 되는 것 아닌가라는 얘길 했다"고 말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