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저출산 이야기 42 - 출산의 경제학
[기고 칼럼] 저출산 이야기 42 - 출산의 경제학
  • 신아일보
  • 승인 2021.05.0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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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피임과 낙태를 할 수 있는 요즘에는 자녀의 수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이 말은 자녀를 비용과 편익을 감안하여 선택하는 일종의 ‘재화’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정의 자녀의 수는 부모의 ‘자녀에 대한 수요’에 의하여 결정된다.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수요는 일반 재화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자녀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자녀에 대한 한계편익은 감소하여 수요곡선은 우하향한다.

자녀에 대한 공급곡선은 자녀를 하나 더 키울 때마다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 즉 한계비용을 말한다. 자녀를 키우는 비용은 일정하기 때문에 공급곡선은 수평으로 나타난다. 한 가정의 자녀의 수는 이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는 곳에서 결정된다.

출산율이 상승하기 위해서는 자녀로부터 얻는 편익이 상승하여 수요곡선은 위로 올라가고, 한계비용은 감소하여 공급곡선이 내려가야 할 것이다.

수요곡선은 다음과 같은 요인들에 의하여 변동될 수 있다.

첫째, 부모의 개인적 특성, 즉 나이, 건강상태, 교육수준, 직업, 소득 수준 등에 영향을 받게 된다. 결혼하는 나이가 늦어져 부모의 나이가 많아지면 수요곡선은 하락하게 된다.

둘째, 소득수준은 자녀에 대한 수요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부모의 소득수준은 부양능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에 대한 수요는 커지게 된다. 그러나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 양육에 소요되는 시간 비용도 높아진다는 점에서는 자녀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게 된다. 이런 문제는 자녀 양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여성의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이 클수록 두드러진다. 소득이 낮은 여성일수록 출산율이 높고, 전문직 여성이나 성공한 여성, 고소득 여성들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이다.

셋째, 일손으로서의 자녀 역할이 강조되는 경우 자녀에 대한 수요는 농기계와 같은 대체적인 생산도구의 이용이 쉬워질수록 감소될 가능성이 있다. 요즘에는 농기계가 발달하고 외국인노동자가 증가하여 자녀가 부모의 일손을 돕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경우 수요곡선은 하락하게 된다.

넷째, 부모가 자녀를 노후대책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노후에 대한 사회보장이 잘 될수록 자녀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게 된다. 과거에는 자녀가 부모를 부양했으므로 자녀는 부모의 노후대책이었다. 하지만 현재에는 각종 연금과 복지혜택으로 자녀에게 노후를 의지하는 부모는 거의 없으므로 수요곡선은 하락하게 된다.

공급곡선은 한 사회에서 자녀양육의 전반적인 비용에 의하여 결정되는 만큼 부모의 개별적인 사정보다는 사회적 요인들에 의하여 결정된다. 양육지원, 무상교육,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나라에서는 공급곡선이 내려가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무상교육, 무상급식, 아동수당, 출산수당 등을 지급하여 공급곡선이 많이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하락하는 것은 자녀의 가치가 하락하여 수요곡선이 하락하였기 때문이다.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양육 비용을 줄이는 것보다 자녀의 가치를 올려 수요곡선을 올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출산장려 정책을 보면 대부분 아이를 위한 정책인데, 아이를 위한 정책은 출산 장려 효과가 없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출산과 양육 환경 개선과 함께 아이를 낳아 키웠을 때 부모가 행복하도록 해야 한다. 아이를 낳아 키웠을 때 부모에게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한다.

/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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