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함께 사는 세상이 됐다. 기업은 이에 맞춰 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동종 업종간 치열했던 경쟁을 넘어 이젠 이종 업종과도 싸워야 한다.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모든 기업이 경쟁자다. 이에 <신아일보>는 연중기획으로 ‘CEO戰’ 코너를 마련했다. 업종간, 사업간 지략 대결을 펼치고 있는 CEO들의 라이벌 경영전략을 풀어본다. <편집자 주>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와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향해 ‘독자생존’ 경쟁을 벌인다. 김 대표는 주특기인 재무 경력을 살려 ‘허리띠 졸라매기’에 방점을 찍는다. 정 대표는 재도약을 위한 투자를 지속한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와 정 대표는 코로나19 위기를 버티고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해 독자생존을 강구하고 있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타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통합 LCC’라는 장기 계획에 따라 분명한 미래가 정해졌다. 하지만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현재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스스로 통합 LCC에 맞선 미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현재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타 LCC와 같이 △국제 무착륙 관광비행 △노선 증편 등을 통한 국내선 활성화 △항공기나 시설을 활용한 각종 체험·이벤트 프로그램 마련 △화물기 운용 등을 하며 고정비 지출 최소화와 수익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업 이외 김 대표는 ‘허리띠 졸라매기’로, 정 대표는 ‘투자 확대’로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다. 각자가 선택한 경영 방침은 주특기를 강조한 코로나19 출구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6월 제주항공 대표에 취임한 김 대표는 지난 1988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기획관리실을 거쳐 전략경영팀장, 경영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항공 분야 기획·재무 전문가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부터 티웨이항공을 이끈 정 대표는 1986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2009년 진에어 경영지원본부장을 거쳐 2013년 티웨이항공으로 자리를 옮긴 뒤 영업서비스 본부장을 역임한 영업 전문가로 알려졌다.
우선 김 대표는 제주항공이 LCC 중 가장 많은 항공기를 보유하는 등 운영 규모가 가장 커 규모를 축소하거나 운영비를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달 28일 임직원에게 배포한 ‘최근 회사 내·외부 주요 이슈에 대한 고찰’이란 제목의 영상에서 “다른 LCC들보다 많은 항공기와 인력을 운영하다 보니 비슷한 사업 규모에도 우리 회사 고정비용이 타 LCC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비용 절감을 위한 여러 노력과 고통분담에 임직원 모두가 동참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안전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현재 42대의 항공기를 보유해 국내 LCC 중 가장 많은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 44대와 비교하면 2대 감소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장거리 노선 개척을 위한 대형기에도 보수적인 입장을 보인다.
김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보낸 영상을 통해 “LCC의 사업모델은 단일 기종으로 단거리 노선에 집중해 효율성과 저비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기종 다양화에 따른 초기 투자와 Complexity Cost(복잡화에 따른 비용), 수익성 문제 등을 극복할 수 있을 역량을 확보한 후에야 대형기 도입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정 대표는 코로나19 위기에서도 중장거리 노선 확대를 위한 중대형 항공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같은 행보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영업 극대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티웨이항공은 이번 계약에 따라 내년 2월부터 5월까지 에어버스 ‘A330-300’ 총 3대의 항공기를 도입한다. 에어버스 A330-300 항공기는 기존 보잉 ‘737-800’ 항공기보다 항속거리가 6000킬로미터(㎞) 이상 늘어난 최대 1만1750㎞까지 운항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티웨이항공은 호주, 시드니, 크로아티아, 말레이시아 등 중장거리 도시 취항이 가능해진다.
이외에도 정 대표는 지난해 약 1600평 규모의 자체 승무원 훈련센터 건립하는 등 안전 분야에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8월 창립 10주년을 맞아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회사의 유동성은 충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다”며 “주변 환경이 조금씩 개선될 때 새롭게 자금확충 방안을 준비하는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