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묶인 실손보험청구 간소화…업계 노력만으론 '역부족'
국회에 묶인 실손보험청구 간소화…업계 노력만으론 '역부족'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1.05.0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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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종합병원 제휴 보험사 자체 서비스에도 '고객 불편 여전'
이용 빈도 높은 동네병원 연계 없어 '편의 제고 실효성' 낮아
보험·의료업 전반 아우르는 '제도개선' 없이는 문제해결 안 돼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보험사들이 고객 편의를 고려해 자체적으로 실손보험 빠른 청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겪는 불편은 여전하다. 업무 제휴가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져 이용 빈도가 높은 동네병원에서 발생한 진료비에 대해선 빠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제휴 병원에서 발생한 보험금을 빠른 서비스로 청구하더라도 자료제공 동의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소비자 중심에서 제대로 이뤄지려면 모든 보험사와 의료기관을 아우를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제자리걸음 걷는 보험 청구 시스템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보험사들은 핀테크 업체나 종합병원과 제휴해 '실손보험 빠른 청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실손보험은 피보험자가 병원 치료 시 부담한 의료비의 일정 금액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실손보험 계약 건수는 3496만건에 달한다.

국민 절반이 넘는 수가 실손보험에 가입했지만, 보험금 청구 절차는 옛 방법에 머물러있다. 피보험자가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지급하고, 의료기관에 영수증과 진단서, 진료비세부산정내역서 등 발급을 요청한다. 피보험자가 의료기관으로부터 발급받은 증빙서류를 보험금 청구서와 함께 보험사에 제출하면, 보험사가 이를 확인한 뒤 피보험자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09년 복잡한 실손보험 청구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서 전재수·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20·21대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한 내용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지만, 의료업계 반대에 부딪혀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의료업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될 경우, 환자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달 12일에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의료기관에서 진료비 등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전문중계기관에 위탁해 전자적 형태로 전송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업은행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왼쪽)와 핀테크업체 레몬헬스케어의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 (자료= 각 사)
기업은행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왼쪽)와 핀테크업체 레몬헬스케어의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 (자료= 각 사)

◇ 핵심 빗겨 난 우회적 서비스로 오히려 혼란

이런 상황에서 보험사들은 자체적으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시도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모바일 앱을 통해 의료비 진단서 등 제출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보험사에 직접 제출하는 것보다 시간이 단축돼 빠르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실제로 많은 고객이 실손보험 빠른 청구 서비스를 통해 혜택을 받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대형병원을 위주로 실손보험 빠른 청구 서비스 제휴가 이뤄지고 있어, 일반 병원이나 의원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혜택 범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A 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제휴를 통해 청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곳들은 대부분 종합병원과 상급병원"이라며 "그러나 동네병원을 통해 병원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비스 제휴를 통해 혜택을 보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체 9만6000여 요양기관 중 상급종합병원은 42곳, 종합병원은 319곳에 불과하다. 일반 병원과 의원 수가 각각 1515개와 3만3115개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런 이유로 실손보험 빠른 청구 서비스를 내놓지 않는 보험사도 있다.

B 보험사 관계자는 "자사 모바일 앱을 통해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하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빠른청구 서비스가 특정 병원과 연계돼 진행되고 있어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병원 전체적으로 실손보험 청구 서비스가 적용됐을 때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별로 제각각이고, 일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 실손보험 빠른 청구 서비스가 오히려 소비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하는 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C 보험사 관계자는 "진료 후 병원에 마련된 키오스크를 통해 청구에 동의하겠다는 절차를 거치거나 모바일이나 카카오톡 알림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해야 하는 등 절차가 많아 고객들은 오히려 혼란을 느낄 수도 있다"며 "보험금 청구 간소화가 된다면 고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고 편하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결국 모든 병원과 약국을 연계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보험사와 연계된 병원을 방문하고, 자신이 가입한 보험사가 빠른 청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때 비로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며 "동네병원과 약국까지 연결해 이용할 수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국회 문턱을 넘어야 소비자 편의가 제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오는 10일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