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공수처, 영장·기소권 놓고 검찰과 또 충돌
갈 길 바쁜 공수처, 영장·기소권 놓고 검찰과 또 충돌
  • 한성원 기자
  • 승인 2021.05.05 15: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검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법적 근거 없다”
공수처 “대통령령 준하는 효력… 협의 지속할 것”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당초 계획했던 4월 중 ‘1호 수사’ 착수가 무산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영장·기소권을 놓고 또 다시 검찰과 맞닥뜨렸다.

이는 공수처가 최근 발표한 사건사무규칙에 ‘조건부 이첩(공소권 유보부 이첩)’ 등을 명시한 데 따른 결과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지난 4일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공소권 유보부 이첩 등을 담은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법적 근거 없이 형사절차를 창설하는 것으로,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형사사법 체계와도 상충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공수처는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비위 사건을 검찰이나 경찰에 이첩한 뒤 해당 기관이 수사를 완료하면 사건을 다시 넘겨받아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내용을 담은 사건사무규칙을 발표했다.

대검은 공수처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사법 경찰관이 검사 등 고위공직자범죄를 수사할 경우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위한 영장을 검찰이 아닌 공수처에 신청하도록 한 것은 형사소송법과 정면으로 상충할 뿐만 아니라, 사건 관계인들의 방어권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대검의 주장이다.

또 공수처에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권은 없는 대통령·국회의원 등 관련 사건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 후 기소 또는 불기소 결정을 해 서울중앙지검에 사건 기록을 송부토록 한 데 대해서도 “법률상 근거가 없다”고 꼬집었다.

공수처 역시 대검의 주장에 대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이번에 쟁점으로 떠오른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의 경우 앞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공수처 조직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려 했으나 독립성 확보를 위해 공수처 규칙에 정하는 것으로 수정됐기 때문에 결국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은 대통령령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는 것이 공수처의 주장이다.

공수처는 또 검사 비위에 대해 검찰에 영장을 신청해야 한다는 대검의 주장 역시 검사 비위 견제라는 공수처법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이미 지난 1월28일 헌법재판소가 공수처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명백하게 인정한 점을 내세웠다.

특히 공수처 내부에서는 접수 사건의 40%를 넘어서는 검사 비위 사건을 모두 수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소제기 판단까지 온전히 검찰에 맡길 경우 오히려 공수처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에 동조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부장급 협의체와 검사급 실무협의체를 가동해 검찰과 협의를 이어 나간다는방침”이라며 “다만 앞서 검·경과의 첫 협의체에서도 이견 확인에 그친 만큼 실질적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wha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