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도 모르는 소득이 있다면
[기자수첩] 나도 모르는 소득이 있다면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5.05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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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주말 오후 국세청에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이니, 이를 신고하고 납부하거나 환급받아야 할 세금을 확인하라는 내용이다.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들이 하는 게 종합소득세 신고라고 알고 있었는데, 금융소득이 많지도 않은 일반 월급쟁이가 왜 종합소득세를 내야 할까 의문이 들어 국세청 홈택스에 접속해봤다. 

조회해보니, 일하지도 않았던 곳에서 2000만원이 넘는 사업소득이 발생해 총 69만원이 넘는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단다. 작년 프리랜서 근무는커녕 아르바이트조차 한 적이 없었고, 혹시나 싶어 계좌 명세를 확인해봤지만 그런 돈이 입금된 적도 없었다. 

찾아보니 비슷한 사례가 수두룩했다. 한 달 일했던 아르바이트 근무지에서 세 달간 일한 것처럼 근로소득과 기간을 부풀려 적어놓거나, 일하지도 않았던 곳에서 자신의 앞으로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을 지급했다고 지급명세서를 가공한 것이다. 명백한 개인정보 도용이자 공문서위조다. 

허위로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을 신고한 업체는 어떤 이득을 볼까. 소득을 과다 반영해 인건비를 부풀리면 업체는 부담해야 하는 법인세를 줄일 수 있다. 실제로 한 업체의 경우 이런 위장 고용 및 근로 소득 지급을 통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납부하지 않았던 사례도 있었다. 

이런 업체들이 위장 고용으로 세금을 줄일 동안, 명의도용 피해를 본 피해자들은 금전적인 피해도 볼 수 있다. 실제보다 소득이 높은 것으로 신고되면서 세금을 더 내거나, 근로장려금 등 소득별 지원금 기준에서 탈락할 수 있는 것. 

해결방법은 직접 증빙자료를 지참하고 가까운 세무서를 방문해 근로 사실을 부인하는 확인서를 작성하거나, 국세청 홈페이지 내 '지급명세서 미제출˙허위제출 신고란'에서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국세청은 허위 근로·사업소득을 제출한 업주가 단순히 착오 기재한 것이라면 세액을 정정하고, 이런 행위가 고의적·반복적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가산세를 물린다.

하지만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서 신고를 마치고도 찜찜한 기분이 가시질 않는다. 이런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은 고용을 허위로 기재한 업체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개인정보 도용에 대한 처벌을 강력하게 내렸다면 이처럼 문서를 과감히 위조할 수 있는 악덕 업체들도 사라지지 않았을까.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개인정보를 함부로 탈취해 사적인 이익을 챙기는 주체에 대한 처벌은 지금보다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다. 내 개인정보가 언제 어디서 악용될지 모르는 불안감을 안고 살지 않도록, 관계 부처와 기관이 보다 더 힘써야 할 때다. 

hong9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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