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결국 사퇴…"구시대 사고 틀 벗지 못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결국 사퇴…"구시대 사고 틀 벗지 못했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5.04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일 공식 석상서 대국민 사과 "모든 것 책임지고 물러나겠다"
대리점 갑질·황하나 마약사건·온라인 댓글 비방 등 논란 언급
"살 깎는 혁신 새로운 남양 만들 직원들 믿고 성원해 달라" 호소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4일 대국민사과를 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사진=박성은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4일 대국민사과를 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사진=박성은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난다. 불가리스 사태 등 일련의 논란에 대해 직접 책임을 지고, 자식들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살을 깎는 혁신으로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가는 임직원들을 다시 한 번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홍 회장은 4일 서울 논현동 본사 대강당에서 “불가리스 논란으로 실망하고 분노했을 모든 국민들과 임직원, 대리점주, 낙농가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유가공 기업으로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 성장만을 바라보며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기대에 부응해지 못했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어 울먹이면서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 사과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며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사퇴 뜻을 내비쳤다.  

홍 회장은 남양유업 대리점주들과 임직원들에게 실망과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하면서, 모든 잘못은 자신에게 비롯됐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일을 계기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남양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회장은 마지막으로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 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 번 믿어 주고 성원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홍원식 회장은 지난 1950년 6월 서울에서 남양유업 창업주 홍두영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77년 남양유업 이사에 올라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했고, 1990년부터 2003년까지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이어 2003년 회장직에 오른 후 현재까지 남양유업을 이끌었지만, 불가리스 사태로 결국 모든 책임을 지고 자리에 물러나게 됐다. 

한편,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논란은 앞서 4월13일 열린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이 시발점이었다. 주된 내용은 남양유업의 대표 발효유인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연구 성과 발표였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퇴의 트리거가 됐던 불가리스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퇴의 트리거가 됐던 불가리스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남양유업은 발표 당시 “불가리스를 꾸준히 음용할 경우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를 두고 남양유업이 인체 임상실험도 없이 순수 학술 목적이 아닌 자사 홍보 목적의 발표를 한 것으로 판단하고,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여겨 지난달 15일 세종시에 남양유업 세종공장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같은 건으로 경찰에도 고발해 현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사건을 배당 받아 수사를 진행 중이다. 같은 달 30일엔 남양유업 본사가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후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는 이달 3일 전 직원에게 “불가리스 보도와 관련해 참담한 일이 생긴데 대해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한다”며 자진 사퇴로 불가리스 사태를 책임지겠단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과문 전문>
먼저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국내 가장 오래된 민간 유가공 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국민 여러분을 실망케 했던 크고 작은 논란들에 대해 저의 소회를 밝히고자 합니다.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습니다.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습니다. 최근 사태 수습을 하느라 이러한 결심을 하는 데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어려움을 겪고 계신 남양의 대리점주분들과 묵묵히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남양유업 임직원분들께도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려서 정말 미안합니다. 

모든 잘못은 저에게서 비롯되었으니 저의 사퇴를 계기로 지금까지 좋은 제품으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려 묵묵히 노력해온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두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 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번 믿어주시고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1. 5. 4 남양유업 회장 홍원식

parkse@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