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수처에 거는 기대
[기자수첩] 공수처에 거는 기대
  • 한성원 기자
  • 승인 2021.05.0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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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달 30일 출범 100일을 맞았다. 하지만 당초 계획했던 4월 중 ‘1호 수사’ 착수는 무산됐고, 검·경과의 사건 이첩 세부기준 마련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겹겹이 쌓여 있다.

공수처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녹록치 않다. 야당에서는 수없이 쏟아지는 정권 비리에도 ‘1호 수사’ 조차 개시하지 못한 점을 비꼬며, 우려했던 대로 유명무실한 조직이라고 깎아내렸다. 결국 공수처는 권력의 입맛에 맞는 수사만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처럼 공수처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 것은 어찌 보면 그만큼 기대가 크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권력형 비리수사 전담 기구이자 국가인권위원회와 더불어 입법부(국회), 사법부(대법원), 행정부(청와대) 세 곳 모두에게서 업무 지휘를 받지 않는 완전히 독립된 기관인 공수처는 원칙적으로는 수사권만을 가지나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는 기소권까지 갖는다.

태생적으로 공수처는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설치 논의가 제기됐다. 수십 년간 누적된 검찰의 문제점, 즉 ‘기소독점주의’에 따른 병폐를 막고자 했던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요구로 만들어진 것이 공수처다.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에 대한 25년 동안의 국민 염원을 담아 탄생한 것이 공수처인 만큼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결국 공수처는 앞으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시비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에 조직의 명운이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특혜 조사’ 의혹은 무엇보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에 상처를 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 와중에 공수처는 주요 논란의 길목마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보다 무리한 해명만을 반복하며 문제를 키웠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출범 100일을 맞아 직원들에게 “초대 공수처가 가는 길은 우리 역사가 지금껏 가보지 않은 길”이라며 “길을 걸어갈 때 시행착오도 있고, 어려움도 있겠지만 공수처가 왜 탄생했는지, 우리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그 사명을 잊지 않는다면 조금 힘들어도 괴로워도 넉넉히 이길 것”이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공수처가 핵심 가치로 내세운 공정성과 중립성은 출발부터 삐걱댄 것이 사실이다. 기대가 큰 만큼 엄정한 잣대 역시 공수처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보여주기식’ 1호 수사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로 공수처의 존재 가치를 입증함으로써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때다.

swha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