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 정치인을 만나 뜻밖의 말을 들었다. "요즘 제천이 꽤나 시끄러운데 무슨일이냐. 기자들 간 싸움이 일어나서 그렇다는데 그게 사실이냐?"
이 말은 최근 제천시청 공무원과 일부 출입기자의 재판을 두고 한 말 인 듯 싶다.
이렇게 제천이 시끄러운 데에는 이상천 제천시장이 단초가 됐다.
논란의 발단은 수개월전으로 돌아간다. 제천시는 올해 초 정기인사에서 배임 및 도박장개설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공무원 A씨를 6급 팀장으로 진급시켰다.
이를두고 공직사회에서는 '형평성을 잃은 인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 내용은 지역언론에 보도된 것은 물론 국민청원까지 올려졌다. 게다가 종편TV까지 방영되면서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당시 제천시청 일부공직자들에서 이런 말들이 나왔다. "어떤 놈이야. 누가 중앙방송에 제보를 해 전국적으로 제천을 망신시킨거야?".
이번엔 한 술 더 떠 "기자들 간의 싸움에 시장을 끌어 들여 애꿎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 말을 해석한다면, 아무도 모르게 잘 넘어갈 수 있었는데 기사화 돼 논란을 확대시켰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사건의 본질은 어디가고, 오로지 누가 고자질을 했느냐. 책임회피 뿐이다.
공무원 A씨가 재판에 회부된 지가 어느덧 1년이 다 돼 간다.
제천시는 지금까지 그 어떤 해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냥 '묵비권'이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진급을 시킨 공무원 A씨를 이제와서 문책을 주자니 시장 스스로가 실수를 인정한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그렇다고 모른 척 하자니 시민들의 눈총이 따가울 것이다.
이상천 시장의 고심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공무원 A씨가 이번 재판에서 나쁜 결과가 나올 경우 이에 따른 책임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된 소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찰서 일부 관계자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 제천시 출입기자를 C경찰관이 진급을 목적으로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C경찰관은 당초 제천시 출입기자들을 수사했던 인물이다.
관련자들은 현재 도박장개설, 폭행치상, 공무원협박, 강요 등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상태로 귀추가 주목된다.
[신아일보] 제천/이재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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