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80% 新외부감사법 부담 가중…"제도개선 시급"
국내 상장사 80% 新외부감사법 부담 가중…"제도개선 시급"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5.0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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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305곳 조사, 83% 지난해 감사보수 전년 대비 증가
비용증가 주 원인 주기적 지정감사제·표준감사시간 도입 등
최근 2년간 외감비용 및 시간 증가 기업. [출처=대한상의]
최근 2년간 외감비용 및 시간 증가 기업. [출처=대한상의]

국내 상장사 10곳 중 8곳은 외부감사 비용과 시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新(신)외부감사법에 따라 표준감사시간과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가 도입돼 감사시간이 크게 증가했고, 주기적 지정감사제로 기업 협상력이 저하됐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2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 이하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말부터 시행된 新외부감사법은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주기적으로 감사법인을 지정하고 자산규모·업종 등에 따라 적정 감사시간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대한상의는 최근 305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新외부감사법 시행에 따른 애로와 개선과제’를 조사한 결과, 2020년도 감사보수가 전년 대비 증가한 상장사는 전체의 83%에 달했다. 79%의 상장사들은 감사시간도 증가했다고 응답해 외부감사와 관련된 기업부담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시행 첫 해인 2019년은 감사 시간·비용 증가가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지난해에도 증가 추세가 지속돼 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특히 인력·조직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겐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감사보수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기업들은 △주기적 지정감사제(39.2%) △표준감사시간 도입(37.7%)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17.0%) 등을 꼽았다. 

가장 응답률이 높은 주기적 지정감사제는 상장사 등이 6년간 감사인을 자율 선임한 경우 다음 3년은 정부로부터 지정받도록 하는 제도다. 기업 입장에선 감사인을 선택할 권한이 없어 협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49.2%는 ‘지정감사 관련 애로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인 애로사항으로 기업들은 ‘자율수임 대비 높은 감사보수 요구(74.6%)'를 첫 손에 꼽았다. 

정도진 중앙대학교 교수는 “현재 지정감사제는 기업에 선택권을 부여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감사인을 지정하는 문제가 있다”며 “기업들은 높은 감사비용을 감수하는 가운데 충분히 감사품질을 제고할 능력있는 감사인이 지정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감사비용 증가 원인 [출처=대한상의]
감사비용 증가 원인 [출처=대한상의]

표준감사시간은 감사인이 투입해야 하는 적정 감사시간을 뜻한다. 기업규모와 업종, 상장여부 등에 따라 산출된다. 표준감사시간이 도입된 후 기업들을 대상으로 2020년 감사시간 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2.6%는 직전년도 대비 10~50% 증가했다고 답했다. 50% 이상 증가한 기업도 9.9%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현행 산정방식은 주로 자산규모나 업종 등에 따라 정해져, 거래량이나 거래구조 등 개별기업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은 신외감법을 개별기업 특성과 내부 회계관리 시스템 효율성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개선과제(복수응답)로는 61.6%가 ‘표준감사시간 산정방식 개선에 따른 감사시간 합리화’, 59.0%는 ‘회계투명성 문제기업에 한한 감사 강화’, 51.8%는 ‘지정감사인의 과도한 요구 방지를 위한 관리감독 강화’ 등이 제안됐다. 

송승혁 대한상의 조세정책팀장은 “회계·감사품질 제고라는 제도 취지엔 공감하지만 주기적 지정감사나 표준감사시간 등은 해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도”라며 “각 기업의 회계투명성이나 거래구조 등 개별 사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지속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