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서 물거품 된 '노조추천이사' 수출입은행도 첩첩산중
기업은행서 물거품 된 '노조추천이사' 수출입은행도 첩첩산중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5.0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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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규 행장 수용해도 '기재부 벽' 넘기 더 어려워
문 대통령 대선공약이지만 실현 가능성 점점 축소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사진=신아일보 DB)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사진=신아일보 DB)

이달 말 수출입은행 사외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앞서 기업은행의 노조추천이사제가 무산되는 등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미치기에는 여전히 높은 금융기관 경영의 벽으로 인해 수출입은행 또한 노조추천 이사를 세우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다. 노동이사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지만, 대통령 임기가 1년 남은 상황에서 공약 실현 가능성도 점점 작아지는 모습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 노동조합은 오는 31일 임기가 끝나는 나명현 사외이사의 후임자로 추천할 인물을 찾고 있다.

앞서 수은 노조는 노조추천 이사를 세우는 데 한 차례 실패한 전력이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이번에 노조가 상대적으로 반정부 성향이 덜한 인사를 제청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다만 노조는 공식적으로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수은 노조 관계자는 "다양한 후보군을 고려하고 있다"며 "수용성을 봤을 때 노동계 인물이 아닌 학계 인사를 제청할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수은이라는 기관의 특성을 이해하고 은행장에 대한 견제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후보를 물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현재 물밑 작업을 다양하게 진행하고는 있지만, 아직 공식적인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은 시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제껏 노조추천이사제를 시도했던 은행들은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국민은행은 4차례, 기업은행은 2차례, 수출입은행은 한 차례 시도했으나 모두 노조가 추천한 이사를 세우는 데 실패했다. 노조추천이사제를 포함한 노동이사제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임에도 진전을 보이지 않자 최근 금융노조가 노조추천이사제 입법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작년 1월 수은 노조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실패한 데 이어,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도 실패하면서 더는 자율합의의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성명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반드시 책임지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입법을 처리하라"며 "대통령의 공약이자 자신의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 정당이라면 한국노총 노동자들로부터 그 어떤 지지도 받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방문규 수은 행장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상위 기관인 기획재정부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수은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현재 기재부 장관인 홍남기 부총리는 수은 노조추천이사제를 한 번 거부한 바 있다. 국무총리 교체로 기재부 장관 또한 후속 인사가 이뤄질 예정이지만, 새로운 장관이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정권 말기가 가까워져 온다는 점도 노조추천이사제 진행에 대한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수은 노조 관계자는 "방문규 행장도 노조가 추천한 인사를 수용할 것이라고 보지만, 방 행장만의 승인으로는 노조추천 이사가 선임될 수 없다"며 "차기 기재부 장관이 누가 되느냐도 관건이긴 하지만, 새로운 장관이 올 때까지도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을 사람이 누구일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정권 말기다 보니 동력을 살리려면 노조의 우군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그런 부분에서 이달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의원들도 만나보고 있다"고 말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