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 눈 돌리는 대형사…중견사는 '울상'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 눈 돌리는 대형사…중견사는 '울상'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1.05.0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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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수주 나선 현대·DL…GS·대우는 자회사 통해 진출
'브랜드' 대형사 vs '사업비' 중견사로 시장 양분 전망
서울시 서대문구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서대문구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신아일보DB)

최근 대형 건설사들의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DL이앤씨와 현대건설은 직접 시공사로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GS건설과 대우건설도 자회사를 설립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간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을 주로 공략해온 중견 건설사들은 과열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 또, 앞으로 브랜드를 앞세운 대형사와 사업비 측면에서 유리한 중견사로 시장이 양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DL이앤씨는 856억원 규모 인천시 용현3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되며,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 진출했다. 현대건설도 올해 초 504억원 규모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447 일원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따냈다.

이처럼 최근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대형사들이 잇따라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GS건설과 대우건설도 각각 자회사 자이에스앤디와 대우에스티를 통해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어쨌든 일감을 확보해야 하니까 소규모라도 어느 정도 규모가 되고 사업성이 있는 지역은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는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자율주택정비사업 등이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1만㎡ 면적 이하의 가로구역 중 노후·불량건축물 수가 전체의 3분의 2 이상이고, 해당 구역에 있는 주택 수가 20세대 이상이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서울 등 수도권 주요지역에서 대규모 재건축이나 재개발 추진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은 도심 등 주요 입지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일반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 비해 사업 절차가 간소화돼 추진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 일반 재건축사업의 경우, 사업 기간이 평균 8년은 걸리는 반면, 가로주택사업은 평균 약 2~3년이 소요된다.

다만, 그간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시장을 먹거리로 삼았던 중견 건설사들은 경쟁 과열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수주하는 입장에서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면 수익성 악화 등 좋을 건 없다"며 "대형사들은 본인들이 기존에 하던 큰 물량 위주로 하고, 중견사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시장이 브랜드와 사업비 중 주민 선호도에 따라 양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브랜드 선호도에서 유리한 대형사와 사업비 측면에서 저렴한 중견사 중 사업지 여건에 따라 선호도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중견사 관계자는 "서울은 요즘 단지 규모를 떠나 브랜드를 선호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며 "브랜드나 사업비 중 어떤 것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시장이 양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