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사 위기 면세점, 바라만 볼 것인가
[기자수첩] 고사 위기 면세점, 바라만 볼 것인가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1.04.29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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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면세업계는 코로나19로 1년 넘게 굳게 닫힌 하늘길에 눌려 고사 직전에 놓여 있다. 공항 여객 수가 90%가량 줄면서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전까지 10년간 세계 1위라는 명성이 무색할 만큼 국내 면세업계는 사실상 초토화됐다.

한국면세점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5조5051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2009년 이후 첫 역신장이다. 국내 주요 면세업체들의 매출은 반토막났고, 영업손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정부가 면세업계의 생존을 위해 공함임대료를 최고 75% 감면하고 6개월 이상 장기 재고 면세품에 대한 내수판매를 허용했으며 2020년과 2021년 매출에 대한 특허수수료도 50% 감경하기로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무착륙 관광비행 이용객 대상 면세쇼핑도 허용했지만 이마저도 아쉬움이 컸다.

이미 판매를 위해 준비해뒀지만 팔지 못한 재고 면세품을 처리하는 것과 극히 제한적인 수만 이용할 수 있는 관광비행 이용객에게 면세품을 판매하는 것은 돌파구가 되지 못했다.

결국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빗장을 풀어줘야 한다. 그간 정부의 지원책은 면세업체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줄여주는 게 대부분이었다. 반대로 매출을 낼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

이런 측면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외국인 대상 무입국 관광상품 개발 추진은 환영할 대목이다. 면세쇼핑과 공항 내 투어를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내국인까지 확대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면세업계와 마찬가지로 생사의 기로에 놓인 여행업계와 협업해 내국인을 대상으로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면세쇼핑을 하고 공항투어를 하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업계와 전문가들이 요구하는 ‘면세 바우처’ 개념인 셈이다.

또 구매·면세한도를 현행 5000달러·600달러에서 1만달러·2000달러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 실제 중국 정부는 내수 면세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7월 1인당 면세한도를 3만위안에서 10만위안으로 대폭 확대했다. 그 결과 중국 국영면세품그룹(CDFG)은 매출이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세계 1위 면세업체 자리도 꿰찼다. 우리나라라고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아울러 외국인 대상 온라인 면세 역직구를 허용해 굳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지 않아도 국내 면세업체들이 판매하는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허용 시 코로나19 해외유입에 대한 우려도 불식하는 동시에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국내 면세업계가 소생불가상태까지 이르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다양한 매출창출 지원방안을 살펴주길 기대한다. 하나의 산업이 무너지면 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자리 역시 사라진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