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CJ대한통운, 꼬인 실타래 잘 풀어야
[기자수첩] CJ대한통운, 꼬인 실타래 잘 풀어야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1.04.2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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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택배업계 1위 CJ대한통운은 최근 택배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입주자와 택배기사 간 갈등에 책임 있는 모습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달 1일부터 택배기사들에게 단지 내에서 손수레를 이용해 배송하거나 택배차량을 저탑차량으로 개조·변경해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라고 통보했다.

해당 아파트 입주자들은 택배 차량이 단지에 들어오면서 안전사고와 시설물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택배기사들은 지난 14일부터 택배 상자를 아파트 단지 앞까지만 배송했다. 택배기사들은 저탑차량 운행 시 택배물품을 상·하차할 때 허리를 숙이거나 무릎으로 기어 다닐 수밖에 없어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는 산업안전 위험요인이라고 주장한다.

CJ대한통운의 책임론은 더욱 커졌다. CJ대한통운이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단지 내 저탑차량 운행에 합의했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이 공개되면서다.

아파트 단지 내 택배차량 통행을 두고 아파트 입주민과 택배기사 간 갈등은 낯설지 않다.

지난 2018년에는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 내 한 아파트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과거에 일어난 일이 되풀이 되는 셈이다. 앞으로도 이 같은 갈등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CJ대한통운이 이번 갈등을 잘 풀어야 하는 이유다.

특히 CJ대한통운은 최근 산업계에 번지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고려해서라도 이번 갈등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CJ대한통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이번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 나선다면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또 CJ대한통운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면 택배기사들의 파업 리스크도 없앨 수 있다. 택배기사들의 파업은 물품 배송 지연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미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소비자 불만 대상은 CJ대한통운으로 향할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택배기사들의 과로사가 잇따르며 시작된 총파업에는 “배송이 늦어도 괜찮다”는 시민들의 응원이 나오기도 했다.

CJ대한통운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CJ대한통운은 국내 택배시장에서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타사 대비 택배기사들의 수가 많아 업계 갈등과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이 사회적 갈등 해결에 먼저 나서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CJ대한통운은 꼬인 실타래의 끝을 잡고 이번 사태를 잘 풀어야 한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