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의 운명] ① 법적 근거·요건·공식 통계 전무
[가상자산 거래소의 운명] ① 법적 근거·요건·공식 통계 전무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1.04.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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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권법 없어 너도나도 설립 가능…제도권 밖 방치
정부, 국내 거래소 갯수·규모 등 현황 정확히 몰라
(그래픽=신아일보)
(그래픽=신아일보)

가상자산 한 종류의 일일 거래대금이 코스피 전체 종목의 하루 거래대금을 뛰어넘는 시대가 됐다. 가상자산 투자 성공으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영웅담이 여기저기로 퍼져가면서 코인을 사고파는 거래소로 막대한 자금이 몰렸다. 그러나 제도권에서 인정받지 못한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은 언제 금 갈지 모르는 살얼음판 같고, 시장을 움직이는 거래소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위태롭게 달리는 모습이다. 9월 특금법 심판을 앞둔 가상자산 거래소와 투자자는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 <편집자 주>

한국에서 가상자산 거래는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산업이다. 업권법이 없다 보니 특별한 제약 없이 너도나도 거래소를 만들어 운영해왔다. 가상자산으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정부와 관련 협회는 국내 거래소가 몇 개인지, 시장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7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정식 산업 범위에 포함되지 못하고 제도권 밖에서 헤매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업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업권법 자체가 없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정식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업계에서 수년간 설립 근거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특별한 설립 요건이 없다 보니 플랫폼을 운영할 기술만 되면 아무 제약 없이 거래소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다. 정부나 관련 협회는 국내에 가상자산 거래소가 몇 개나 있는지, 시장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를 산출하지 못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가상화폐 거래소가 현재 200개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 수치에 대한 근거는 없다. 금융위와 블록체인 관련 협회 모두 한국에서 운영 중인 가상화폐 거래소가 몇 개인지 정확히 답하지 못했다.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현재 업권법이 없고, 외국에 적을 둔 거래소도 많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몇 개 거래소가 있는지 집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한국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협회도 회원사 현황만 정확히 파악하고 있을 뿐 국내 거래소 전체가 몇 개가 되느냐는 알지 못한다"며 "다단계·사기 업체까지 리스트업을 못하다 보니 갯수가 좀 유동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 제도가 없어 거래소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유사수신행위나 다단계 등 가상자산 거래를 빙자한 불법행위도 심각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아직 가상자산 산업을 양성화할 계획이 없다. 일단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불법 업체를 걸러내는 식으로 당장 시급한 문제를 풀고 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미국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는 현지 시각으로 지난 14일 나스닥에 상장했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이 거래소는 올해 1분기에 집계된 이용자 수가 5600만명에 달한다. 전문가들과 언론은 코인베이스 상장을 가상자산 거래소가 제도권을 향해 첫발을 내디딘 사건으로 해석했다.

코인베이스 상장 당일 현지 언론 월스트리트저널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미국 공공시장에서 시험을 받는 첫 비트코인 기업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4위 규모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도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며, 국내 대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도 나스닥 상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