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자박 '불가리스 논란' 2주…남양 오너가 사과·쇄신 여론 확산
자승자박 '불가리스 논란' 2주…남양 오너가 사과·쇄신 여론 확산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4.2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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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심포지엄 시발점, 세포실험 불구 코로나19 억제 강조
경찰 수사진행 내달 세종공장 영업정지 가능성 '사면초가'
남양유업 "사과 포함해 전반적으로 고민·검토하고 있다"
어느 마트에서 판매 중인 남양유업 발효유 '불가리스' [사진=박성은 기자]
어느 마트에서 판매 중인 남양유업 발효유 '불가리스' [사진=박성은 기자]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무리한 마케팅을 자초해 세종공장의 2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 가능성은 높아졌고, 경찰 수사까지 받으며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다. 

일각에선 불가리스 논란을 촉발시킨 오너가의 책임 있는 자세와 전면적인 쇄신으로 무너진 소비자 신뢰를 하루빨리 쌓는 것이 필요하단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논란은 2주째 지속되고 있다. 불가리스 논란은 앞서 13일 열린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이 시발점이었다. 주관은 한국의과학연구원이었으나, 주된 내용은 남양유업의 대표 발효유인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연구 성과 발표였다. 

관련 발표에서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 면역연구소장은 실험을 통해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H1N1)에 대해선 99.999%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 억제에선 77.78%의 저감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남양유업은 발표 당시 “꾸준히 음용할 경우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이 같은 내용을 다룬 다수의 언론 보도 이후 불가리스 매출은 급증했고, 남양유업 주가도 크게 오르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를 두고 남양유업이 인체 임상실험도 없이 순수 학술 목적이 아닌 자사 홍보 목적의 발표를 한 것으로 판단하고,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여겨 지난 15일 세종시에 남양유업 세종공장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같은 건으로 경찰에도 고발해 현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사건을 배당 받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에선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 또는 10년 이하 징역,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남양유업은 부랴부랴 지난 16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불가리스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5월3일까진 세종공장 영업정지 행정처분 사전 통보와 관련한 의견을 제출할 계획이다. 현재 이광범 대표 주재 하에 거의 매일 회의를 열며 대응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 분노는 지속된 상황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선 불매운동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남양이 또 남양했네”라는 조소와 함께 이번 불가리스 논란을 두고 하루빨리 오너가의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단 여론이 힘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진=남양유업]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진=남양유업]

남양유업의 사업보고서(2020년 연결기준)에 따르면 오너인 홍원식(71) 회장이 51.68%로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선 홍 회장의 묵인 하에 불가리스 홍보를 위한 심포지엄을 연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더욱이 남양유업의 기획·마케팅 부문을 책임지는 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은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상무다. 홍 상무는 올 2월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남양 내부적으로 불가리스 심포지엄 홍보에 대해 역효과를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위에서 결정해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양유업이 지난해 코로나19 악재와 브랜드 이미지 악화 등으로 11년 만에 매출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자, 분위기 반전 차원에서 코로나19 이슈를 앞세워 행사를 강행했을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홍 회장은 경쟁사에 대한 비방글 게시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해 경찰로부터 회장실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를 받았다. 여기에 잊을 만 하면 나오는 ‘황하나’도 꼬리표처럼 붙고 있다. 황하나는 남양유업 창업주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의 막내딸인 홍영혜씨 첫째 딸이자 홍 회장의 외조카로 마약사건에 수차례 연루된 인물이다. 

식품업계는 남양유업이 분유·우유·발효유 등 좋은 제품력에도 불구하고 오너가의 지속적인 구설수가 브랜드 이미지와 결부돼 소비자 신뢰를 잃고 있다고 주장한다. 

마트 매대에 진열된 남양유업 우유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마트 매대에 진열된 남양유업 우유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역사 있는 기업인데 오너가의 잘못된 판단이나 언행이 소비자 불신을 낳으면서 남양유업 직원들은 물론 대리점과 협력사, 낙농가 등에 피해를 준 꼴”이라며 “오너가에서 소비자들에게 대국민 사과 등 진정성 있게 책임지는 자세를 하루빨리 보여주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쇄신을 통해 브랜딩을 다시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회장이 본인 이름으로 사과한 적은 지난 2013년 이른바 ‘대리점 갑질’ 파문과 2019년 외조카 황하나의 마약혐의 등 두 차례다. 남양유업은 현재 사과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 중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그런 부분(사과)까지 포함해 고민하고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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