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집단소송법 제정안, 악용 우려 크다
법무부 집단소송법 제정안, 악용 우려 크다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1.04.2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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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법 도입 시 리스크 증가, 경제 악영향 우려"
법무부 청사 입구[사진=연합뉴스]
법무부 청사 입구[사진=연합뉴스]

재계는 법무부의 ‘집단소송법 제정안’ 국회 제출을 앞두고 해당 법안 도입 시 법적 리스크가 급증하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집단소송법’은 그간 증권분야에 한정된 집단소송(피해자 일부가 낸 소송결과로 전체 피해자 구제 가능)제를 모든 분야로 확대하고 소송허가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해 9월28일 법무부가 입법예고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집단소송법 제정안이 모델이 된 미국 집단소송제도의 기업 영향을 분석하고 우리 기업에 미칠 파급영향을 검토한 결과 우리기업은 더 크게 불리해질 수 있다”고 25일 밝혔다.

전경련은 우선 소 제기 전부터 광범위한 증거조사가 가능해 소송을 굳이 제기하지 않아도 외국기업이나 경쟁사들이 영업비밀이나 핵심정보 수집을 위해 악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증거조사’ 절차의 경우 미국은 소송제기 후에나 가능한 반면 법무부안은 이를 소송 전에도 허용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전경련은 또 소송절차가 원고에 일방적으로 유리해 특별한 결함 증거 없이도 일단 소를 제기한 후 증거조사 절차를 통해 소송근거를 찾으면 돼 남소가 유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법무부가 집단소송 활성화 명목으로 집단소송 허가결정 불복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만큼 이는 소송 당사자 간 대등주의라는 기본 원칙을 크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유환익 기업정책실장은 “21대 국회에서 기업 처벌을 강화하는 각종 법안들을 통과시켜 기업들의 부담이 크다. 여기에 집단소송까지 도입되면 기업들은 남소에 따른 직접비용 부담은 물론 경영 불확실성 증대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제도 도입에 신중해 달라”고 강조했다.

연간 미국 기업이 지출하는 집단소송 법률비용(억달러)[그래프=전국경제인연합회]
연간 미국 기업이 지출하는 집단소송 법률비용(억달러)[그래프=전국경제인연합회]

한편 미국 로펌 Carlton Fields가 미국 매출 상위 1000대 기업의 준법담당자와 최고법률책임자를 대상으로 집단소송 현황을 조사(응답 41개사)한 결과 기업이 한 해 다루는 집단소송 건수는 2011년 4.4건에서 2019년 10.2건으로 2.3배 늘었다.

소송유형은 2019년 기준 노동·고용(26.9%), 소비자사기(16.0%), 제조물책임(11.6%), 보험(10.7%), 독과점(9.0%), 기술법률위반(8.3%), 증권(7.7%) 등 순으로 많았다.

집단소송 관련 법률 비용은 2014년 이후 지속 증가하다 2019년 26억4000만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전체 소송시장(약227억5000만달러)의 11.6% 비중이다. 또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투자(26억달러) 규모와 유사한 수준이다.

비용 증가율은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약 2.45%다. 이 추세면 2025년에 30억5000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집단소송 피소 사실만으로도 주가 하락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집단소송 피소로 해당 기업의 주가는 평균 4.4% 하락했다. 이에 따른 주가 손실액은 총 26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1995년부터 2014년 초까지 미국에서 제기된 집단소송 중 합의로 종결된 소송은 1456건, 합의액은 총 680억달러였다.

집단소송 간접비용도 만만치 않다. 조사대상 기업들은 평균 4.2명의 집단소송 대응·전담 사내변호사를 고용했는데 매출 약 51억9000만달러당 1명 격이다. 우리나라로 바꾸면 삼성전자 40.8명, 현대자동차 17.9명, LG전자 10.9명, SK하이닉스 5.5명 등 추가인력이 필요하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