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들, 日 상대 2차 소송 패소(종합)
위안부 피해자들, 日 상대 2차 소송 패소(종합)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1.04.2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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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판결내용 정밀 분석해야”
한국 정부, 장기화에 따른 부담 커져
지난 12일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 관련 단체들이 정의로운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2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각하(소송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됐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고(故) 곽예남, 김복동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및 유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2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일본에 국가면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국가면제’(주권면제)란 한 국가의 영토 안에서 다른 국가 및 해당 국가의 재산에 대해 동등한 주권국가라는 근거에서 영토국가의 사법관할권 및 집행권이 면제되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을 예로 들며 “전쟁이 끝난 후 다수의 유럽 국가 피해자들이 독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국가면제’를 이유로 각하된 사례가 있다”며 “국가면제의 예외사례를 인정할 경우 선고 및 강제집행 과정에서 국가 간 외교적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서 2015년 합의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양국 간 외교적 요건을 구비하고 있는데다 권리구제의 성격 또한 갖추고 있다. 양국이 합의 과정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등 절차적 문제가 있다 해도 이 같은 사유만으로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 간 합의에는 상대국이 있고, 우리나라 피해자들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반영할 수는 없다”며 “위안부 피해자들이 큰 고통 속에 살아왔고 국가가 노력한 성과가 피해자들의 고통을 회복하는 데는 미흡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은 외교적 교섭을 포함한 다각적인 노력에 의해 다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1차 소송에서 올해 1월 승소했던 내용과 다른 결정으로,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제기한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단했다.

1차 소송 재판부는 “일본 정부의 불법 행위에 ‘국가면제’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며 재판 관할권을 인정했다. 일본 정부 또한 재판부의 판결에 무대응으로 일관해 해당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일본 정부는 이날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2차 손해배상 청구 판결에서 ‘주권면제’가 인정돼 ‘각하’ 결정이 내려지자 “판결내용에 대한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며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으나 반색하는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대변인(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재판은 올해 1월8일과 다른 판결이 내려졌다”고 언급한 뒤 “그러나 일본 정부 차원의 논평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던 국내 사법부가 앞선 판결을 뒤집는 정반대의 판결을 내리면서 한국 정부의 고심은 더 깊어지는 형국이다.

양국 간 외교교섭을 통한 해결도 불투명한 상황에 국내 사법부 내 판단조차 엇갈리면서 위안부 문제해결이 장기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