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NH투자, 펀드 환매 지연 분쟁에 업계 "쌍방과실"
삼성생명-NH투자, 펀드 환매 지연 분쟁에 업계 "쌍방과실"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4.2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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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에 1차 책임 있지만 발행·판매사도 소비자보호 의무
당사자들, '상품 판매 대상·문제 해결 방식' 두고 '네 탓 공방'
서울시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왼쪽)와 영등포구 NH투자증권 본사.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왼쪽)와 영등포구 NH투자증권 본사. (사진=신아일보DB)

삼성생명과 NH투자증권이 작년 환매가 중단된 금 무역금융펀드 연계 투자상품과 관련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운용사에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발행사와 판매사도 소비자보호 의무를 가지는 만큼 도의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NH투자증권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한 상품을 삼성생명이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한 부분을 문제 삼았고, 삼성생명은 NH투자증권의 소극적인 문제 해결 자세를 지적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달 14일까지 분할 상환이 예정된 '유니버셜 인컴 빌더 시리즈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원금과 이자 일부밖에 되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품은 홍콩 자산운용사 웰스 매니지먼트 그룹(WMG) 등이 금을 거래하는 무역업체에 신용장 개설에 필요한 단기자금 대출을 제공하고, 이자수익을 받는 구조로 설계됐다. NH투자증권은 이를 기초자산으로 DLS 614억원 어치를 발행했고, 삼성생명이 가장 많은 534억원 어치를 팔았다. 신한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도 각각 50억원과 30억원 어치를 팔았다. 

그런데, 코로나19 영향으로 금 무역에 차질을 빚으면서 상품 환매가 연기되자 삼성생명이 작년 말 NH투자증권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을 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생명은 각자가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발행사와 판매사 모두에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펀드 관련 사건을 보면 개인 투자자 대상으로 판매된 라임 펀드나 옵티머스 펀드의 경우에도 운용사가 일차적인 책임을 졌지만, 이를 판매한 회사 또한 도의적인 책임을 졌다"며 "이번에도 역시 판매사나 발행사 모두 그런 측면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누구의 책임이 더 클지는 법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려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듯 하다"면서도 "펀드 환매가 지연된 이상 도의적인 부분에서 운용사 뿐만 아니라 판매사, 발행사도 온전히 책임을 회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펀드의 환매가 지연되면서 피해를 본 것은 개인 투자자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피해를 보상해주기 위해서는 소송과 같은 법적 분쟁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NH투자증권은 유니버셜 인컴 빌더 시리즈 연계 파생결합증권이 애초에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된 상품인데, 삼성생명이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면서 문제가 커졌다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이 상품은 기관투자자인 삼성생명 신탁부를 상대로 금융상품을 발행해 준 것"이라며 "현재 현지 로펌을 선정해 운용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하는 등 발행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NH투자증권이 상품 판매 차수별로 매번 삼성생명에 판매 가능한 계좌 수를 안내했고, 상품의 속성을 더 잘 알고 있는 발행사의 관리·감독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NH투자증권 쪽에서 각 판매 차수별로 삼성생명에 몇 계좌를 판매할 수 있는지를 안내했기 때문에 해당 상품이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팔려나갔다는 것을 몰랐을 리가 없고,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상품을 발행했다고 하더라도 발행사로서 상품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부터 상품의 환매가 지연되면서 지연 사유 및 추가 상환계획 등을 지속해서 NH투자증권 측에 요구하고 있으며, 상황이 진척되지 않아 소송까지 가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니버셜 인컴 빌더 시리즈 연계 파생결합증권은 현재까지 5차수가 팔렸는데, 이 중 문제가 된 상품은 마지막 두 개 차수다. NH투자증권은 작년 8월경 판매사들에 DLS 만기가 올해 5월14일로 늦춰진다고 통보했다. 

금투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만기가 7개월로 비교적 짧고, 원금 손실 우려가 적다고 홍보하면서 VIP 고객에게 이 상품을 팔았다. NH투자증권은 전문투자자 자격을 갖춘 개인에게, 신한금융투자는 기관을 대상으로 각각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hong9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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