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사회장의 책무, 그리고 정치력
[기자수첩] 마사회장의 책무, 그리고 정치력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4.2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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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법에서 규정한 마사회는 경마(競馬)의 공정한 시행과 말산업 육성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해 축산발전에 이바지하고, 국민 복지증진과 여가선용을 도모하는 공기업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마사회 임직원 수는 3000여명이 넘는다. 평균연봉은 같은 해 1/4분기 정규직 기준 8970만원이다. 2018년만 해도 평균연봉이 9209만원으로, 국내 공기업 중 최고였다. 특성상 고용 안정성은 당연히 뛰어나다. 마사회를 두고 ‘신의 직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런 마사회가 코로나19로 큰 위기를 맞았다. 경마는 지난해부터 장기간 셧다운(Shutdown)이다. 무관중 경마를 진행하긴 했으나 수익이 나지 않으니 경영 악화는 당연한 수순이다. 실제 마사회는 지난해 4400억원 상당의 적자를 냈다. 매년 진행했던 신규직원 채용도 사실상 중단됐다.

경마와 말산업 지원 전반을 책임진 마사회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다보니, 말산업도 벼랑 끝 절벽에 내몰린 상황이다. 전국의 승마장을 포함해 말 생산자와 마주, 마필관리사, 기수 등은 물론, 유통업자와 음식점, 경마정보사업자 등 후방산업까지 2700여개 연관업체들이 말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직·간접 종사자만 5만여명 이상이다. 말산업의 지난해 피해액만 7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마사회장은 마사회 업무를 총괄하는 대표자다. 경마에 대해선 아직 사행성 산업이라는 인식이 존재하고, 신의 직장이라는 시선도 있어 마사회 전 직원을 대표하는 마사회장의 언행은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경마와 말산업은 코로나19 여파로 초토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김우남 신임 마사회장은 지난달 취임했다. 김우남 회장은 인력감축까지 한 마사회 직원들과 생계가 어려운 말산업 종사자들의 불안감을 하루빨리 달래고 경영 정상화에 매진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특히,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이 마사회와 말 산업 전반의 숙원사업이란 점을 감안할 때, 다선 의원 출신인 김 회장의 정치력이 기대됐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정치력은 엉뚱한 곳에 쓰였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의원 시절 보좌관을 비서실장으로 데려오고자 무리수를 뒀고, 담당 직원이 만류하자 욕설을 퍼붓고 폭언한 사실이 일파만파 커진 상황이다. 뜻대로 되지 않자 월급 700만원을 받는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처신에 마사회 직원은 물론 말산업 종사자들의 분노와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마사회장을 정권 창출을 위한 보은의 자리로만 여겼던 건 아닌지 의문스럽다. 

김우남 회장에게 마사회장의 책무를 아는지, 그리고 본인의 정치력을 어디에 썼던 게 최선의 선택인지 묻고 싶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