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철 대표의 '스킨십 경영', 롯데GRS 반전 노린다
차우철 대표의 '스킨십 경영', 롯데GRS 반전 노린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4.20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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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사업 악화일로에 소통 강화, 브랜드 이미지 개선 안간힘
'네고왕' 출연하고 "인스타 맞팔 할 사람" 외치며 눈높이 소통
소비자 혜택 확대 '롯데잇츠' 앱 중심 비대면 경쟁력 쌓기 분주
차우철 롯데GRS 대표. [사진=롯데지주]
차우철 롯데GRS 대표. [사진=롯데지주]

롯데GRS의 새 수장에 오른 차우철(53, 사진) 대표는 스킨십 경영으로 분위기 반전에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 후폭풍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롯데GRS는 차우철 대표의 리더십을 발판 삼아 브랜드 친밀도를 더욱 높이는 한편, 비대면 경쟁력을 높여 재도약하겠단 계획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GRS는 취임 5개월 차를 맞은 차우철 대표를 중심으로 소통 강화와 기업문화 혁신,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애쓰고 있다. 

차 대표가 지난해 12월 롯데GRS 수장으로 취임했을 당시 사내 분위기는 어수선했던 게 사실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식사업 전반이 위축된 영향이 컸다. 롯데GRS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 수 1위 ‘롯데리아’와 카페 프랜차이즈 ‘엔제리너스’, 도넛 전문점 ‘크리스피크림 도넛’, TGI프라이데이스, 빌라드샬롯 등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외식기업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매장 셧다운이 수차례 반복되고, 운영시간 단축·인원 수 제한 등으로 경영면에서 악화일로를 걸었다. 

이는 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롯데GRS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8년 8309억원에서 2019년 8399억원으로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지난해는 6381억원으로 24%가량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13억원에서 195억원 적자 전환됐다. 영업손실은 2015년 이후 5년 만이다. 지난해 말과 올 초에 잇달아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휴직과 희망퇴직을 받은 것은 최근의 경영악화와 무관치 않다.

차 대표 입장에선 위축된 외식사업을 다시 일으키고, 침체된 사내 분위기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급선무였다. 물꼬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화제몰이 중인 유튜브 ‘네고왕’이었다. 맛·품질 대비 낮은 인지도로 아쉬움이 남았던 엔제리너스를 네고왕 협상 브랜드로 내세웠다. 

차 대표는 직접 ‘카페왕’으로 출연해 협상 줄다리기를 하면서 햇 원두로 내린 아메리카노 반값 2000원, ‘반미 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 세트 4900원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결정했다. 차 대표는 진지하고 소탈한 모습을 일관하면서도 과감하게 협상을 주도했다. 그 결과, 엔제리너스에 대한 소비자 호감도는 더욱 높아지고 소기의 성과도 거뒀다.

차우철 롯데GRS 대표가 지난 2월 네고왕 엔제리너스 편에 출연한 모습. [출처=달라스튜디오 제작 해당 콘텐츠 화면 캡쳐]
차우철 롯데GRS 대표가 지난 2월 네고왕 엔제리너스 편에 출연한 모습. [출처=달라스튜디오 제작 해당 콘텐츠 화면 캡쳐]
차우철 대표가 롯데리아 대구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간 후 SNS에 올린 모습. [출처=차우철 대표 인스타그램 캡쳐]
차우철 대표가 롯데리아 대구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간 후 SNS에 올린 모습. [출처=차우철 대표 인스타그램 캡쳐]

롯데GRS 관계자는 “지난 2월 네고왕 프로모션 이후 반미 샌드위치 판매량은 한 달간 400%가량 증가했고, 아메리카노는 2배 이상 늘었다”며 “해당 유튜브 콘텐츠는 200만뷰 이상(19일 기준 213만회) 시청될 만큼 브랜드 이미지 개선 면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열심이다. 특히,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2030세대 눈높이에 맞춰 대표라는 무거운 이미지를 벗고 편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차 대표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대표적이다. 차 대표는 계정을 개설하고 “인스타 맞팔 할 사람?!!”이라며 팔로우·팔로잉을 권했고, 젊은 직원들과 식사한 사진을 올리거나 감성 넘치는 꽃 사진을 게시했다. 깜짝 모바일 선물 쿠폰을 쏘면서 소소한 이벤트도 했다. 

또,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하다”, “청취하고 경청하며 소통합시다”와 같은 업무 혁신을 위한 메시지를 올리거나, 맥도날드·맘스터치 등 경쟁사 기사를 스크랩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엔 롯데리아의 대구 드라이브스루(DT) 매장과 엔제리너스 오픈 매장 현장을 직접 돌아보며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롯데GRS는 차 대표의 이 같은 스킨십·눈높이 리더십에 발맞춰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대응해 활로를 적극 찾겠단 방침이다. 무엇보다 외식업계에서 비대면이 대세인 만큼, 체질 개선과 경쟁력 쌓기에 공격적으로 나선다. 

출시 1년이 갓 넘은 통합 외식 애플리케이션 ‘롯데잇츠’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대비 하반기 주문 건이 2배가량 늘면서 인지도가 꾸준히 상승 중이다. 월평균 주문건수는 약 20만건이다. 올해엔 소비자 혜택과 편의를 강화해 입지를 굳힐 계획이다. 매월 5·15·25일마다 모바일 할인쿠폰을 증정하고, 매장 예약 픽업과 테이블 주문 등 소비자 동선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한다. 지난 2월 엔제리너스 네고왕 프로모션, 3월 크리스피크림 도넛의 월간 구독서비스 연장과 같이 브랜드별 참신한 마케팅도 지속적으로 발굴한다.

롯데리아 매장 내 ‘에어택트’ 기술이 도입된 비접촉 무인 키오스크 모습. [사진=롯데GRS]
롯데리아 매장 내 ‘에어택트’ 기술이 도입된 비접촉 무인 키오스크 모습. [사진=롯데GRS]

매장 내 무인키오스크·웨어러블 로봇 운영 등 비대면 서비스도 더욱 강화한다. 현재 롯데리아의 무인키오스크 운영률은 약 80% 수준이며, 일부 매장엔 모니터 화면 터치 없이 주문 가능한 ‘에어택트(Air-Tact)’ 기술이 도입됐다. 크리스피크림 도넛 여의도점엔 야간 영업을 위한 도넛 자판기가 테스트 운영 중이다. 영업 매장의 배송 운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웨어러블 로봇은 롯데리아에 이어 크리스피크림 도넛 매장에도 추가 테스트를 진행하고, 운영 확대 여부를 검토 중이다.  

롯데GRS 관계자는 “소통과 혁신에 중점을 두고, 각 브랜드별로 혜택을 강화해 많은 소비자들이 롯데의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경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