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퇴직연금 디폴트옵션과 고려사항
[기고 칼럼] 퇴직연금 디폴트옵션과 고려사항
  • 신아일보
  • 승인 2021.04.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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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요즘 텔레비전을 틀면 "알아서 해주세요"라는 카피를 앞세운 광고를 종종 보게 된다. 이렇게 알아서 해주는 서비스가 이제 '디폴트옵션'이라는 이름으로 퇴직연금 자산운용 방법으로서 논의되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특별한 자산운용 방법을 지정하지 않으면 금융회사가 알아서 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퇴직연금에 지금까지 적립된 자산은 255조원을 넘고 매년 35조원 이상 자금이 새롭게 적립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가입자가 적절한 운용지시를 하지 않거나 수익률이 낮은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아 자산운용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컸다. 퇴직연금 자산을 금융회사가 알아서 운용하는 디폴트옵션이 도입된다면 가입자들의 자산운용 행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디폴트옵션 도입의 가장 중요한 논거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퇴직연금 투자 형태별 과거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을 보면 원리금 보장형이 2.47%인데 반해 실적배당형은 3.34%로 실적배당형이 약 0.87%p(비율로는 약 35%) 높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있듯이 재무 이론에 따르면 높은 수익률은 큰 변동성을 수반한다. 다양한 가입자 중에는 높은 수익률을 위해 큰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는 가입자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가입자도 존재한다. 특히 여러 가지 이유로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실적배당형에 자산이 투입되어 손실이 발생할 경우 퇴직연금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가 손상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디폴트옵션에서 실적배당형과 원리금 보장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디폴트옵션 도입의 배경이 실적배당형 투자를 통한 수익률 제고라는 점을 고려할 때 원리금 보장형을 포함하는 것은 도입의 도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가입자가 있음을 고려해 제도의 수용성과 안정성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만약 디폴트옵션이 도입된다면 가입자의 자산운용 행태는 크게 바뀔 것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디폴트옵션 관련 법안에 따르면 디폴트옵션에 포함되기 위한 금융상품은 감독기구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금융회사는 검증을 마친 금융상품 중 일부를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으로 가입자에게 제시하게 된다. 따라서 가입자는 디폴트옵션 상품을 국가에서 검증하고 금융회사가 추천하는 상품이라고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투자협회 조사에 따르면 가입자의 83%가 지난 1년간 본인의 퇴직연금 자산에 운용지시를 내려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런 가입자는 물론 적극적으로 운용을 하던 가입자 역시 상당수가 금융회사가 추천하는 디폴트옵션을 통해 자산을 운용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2006년 디폴트옵션이 도입된 이후 퇴직연금에 가입한 가입자의 86%가 자산의 전부 혹은 일부를 디폴트옵션을 통해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제도 도입 단계에서 금융회사가 상품추천 기능을 회사의 이익이 아닌 가입자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도록 관리하고 유도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고객의 "알아서 해주세요"라는 말은 서비스 제공자가 나의 필요와 특징을 잘 알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해 줄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믿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퇴직연금 시장의 고객들은 금융회사에 "알아서 해주세요"라는 말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정부는 가입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안심하고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디폴트옵션 제도 설계 단계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금융회사는 소중한 자산을 믿고 맡겨주는 가입자에게 최선의 노력과 결과로 보답해야 할 것이다.

/정원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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