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닥터유' 과자 편견 깨고 '메가브랜드' 도약
오리온 '닥터유' 과자 편견 깨고 '메가브랜드' 도약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4.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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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은 과자' 역발상으로 누적매출 5000억원 돌파
'에너지바' 필두 단백질·비타민 확장…제주용암수 편입
'기능성 식품 브랜드' 재정비 중국 등 글로벌시장 공략
어느 매장에 진열된 닥터유 드링크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어느 매장에 진열된 닥터유 드링크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오리온 ‘닥터유(Dr.You)’는 제과업계에선 드물게 일찍부터 건강·웰빙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을 바탕으로 시장에 안착하며 메가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오리온은 올해를 기점으로 닥터유 브랜드의 기능성을 한층 강화해 제과에서 식품으로 상품군을 확장하고, 글로벌 시장까지 인지도를 더욱 끌어올리겠단 계획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닥터유는 ‘영양설계’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확보한 가운데 10여 년간 누적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한 오리온의 대표 패밀리 브랜드로 성장했다. 

닥터유는 지난 2008년 1월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는 ‘영양밸런스’란 콘셉트에 맞춘 프리미엄 제과를 지향하며 론칭했다. 

닥터유는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주치의였던 유태우 박사(당시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와 서울대 국민건강팀, 오리온의 태스크포스(TF)팀이 공동 개발한 브랜드다. 유 박사가 영양학적으로 균형을 갖춘 과자를 만들어보잔 제안을 했고, 건강한 과자를 만들기 위해 혁신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던 오리온은 이를 받아들였다. 

오리온은 유 박사와 함께 닥터유 프로젝트에 착수했고, 약 10개월간의 연구와 노력이 더해져 닥터유라는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출시 초기 제품 패키지에는 유태우 박사 사진과 함께 “당신을 위한 건강 밸런스, 닥터유가 맞춰 드리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삽입되기도 했다. 

과자와 건강이라는 이질적인 조합 때문인지 당시 업계에선 닥터유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출시 전인 2008년 중국산 유제품의 멜라민 파동 여파로 식품업계 전반에 위기가 컸다. 앞서 2006년엔 한 방송사에서 과자 섭취가 아토피와 연관이 있다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방영해 과자에 대한 소비자 불신도 상당했다. 

이러한 가운데, 오리온은 ‘과자는 몸에 나쁘다’라는 인식을 과감히 깨고, ‘몸에 좋은 과자’라는 역발상으로 제과업계에 신선한 자극을 줬다. 오리온은 닥터유를 론칭하면서 한국인 체질에 맞게 단백질·탄수화물·지방 등 3대 필수 영양소는 물론 칼슘·철분·식이섬유·콜라겐 등 다양한 영양성분을 강화하면서 맛까지 충족시키는데 주력했다.

보통 제과시장은 초코파이(오리온), 새우깡(농심), 꼬깔콘(롯데제과), 에이스(해태제과)처럼 단일 브랜드 파워가 무척 큰 편이다. 닥터유는 출시 때부터 통합 브랜드를 지향했다. 대신 개별 제품마다 특성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를테면 첫 제품은 ‘100% 순수한 통밀로 만든 초콜릿 케이크’였다. 오리온은 닥터유라는 지붕 아래 제품 라인업을 꾸준히 확장했다.

어느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오리온 닥터유 에너지바와 단백질바. [사진=박성은 기자]
어느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오리온 닥터유 에너지바와 단백질바. [사진=박성은 기자]

닥터유가 본격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엔 2009년 출시한 ‘닥터유 에너지바’가 있다. 닥터유 에너지바는 당시 초코바 일색이었던 바(Bar) 시장에 영양을 강조한 ‘뉴트리션바(Nutrition Bar)’라는 차별화로 새로운 시장을 열었단 평가를 받았다. 

아몬드와 땅콩, 곡물 등 몸에 좋은 재료들을 혼합해 웰빙 간식과 간편한 식사대용식으로 각광받으면서 10년간 판매량 1억7000만개, 누적 매출액만 2300억원을 기록했다.  

오리온은 영양바 시장에서 자신감을 갖고, 2019년엔 ‘닥터유 단백질바’를 론칭했다. 날씬한 몸에서 탄탄하고 건강한 몸으로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성인단백질시장에 대한 성장 가능성을 예견하고 기획한 제품이다. 결과적으론 출시 1년 반 만에 누적 판매량 2000만개를 돌파하며 새로운 히트상품으로 등극했다. 닥터유 에너지바와 단백질바는 지난해 7월 중국에 진출했고, 출시 4개월 만에 누적매출액 100억원, 판매량 1200만개를 돌파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닥터유 영양바의 누적 매출은 3500억원(2020년 10월 기준)으로, 닥터유 전체 매출의 60~70%가량을 차지한다. 오리온은 올 2월 ‘닥터유 단백질볼’, 이달에 ‘닥터유 에너지바 호두’ 등 영양바 라인업을 강화했다. 

한 마트에 진열된 닥터유 제주용암수. [사진=박성은 기자]
한 마트에 진열된 닥터유 제주용암수. [사진=박성은 기자]

지난해 6월 ‘닥터유 드링크 단백질’과 10월엔 ‘닥터유 드링크 비타민’을 내놓으며 음료군으로 상품을 확장한데 이어 올 초엔 미네랄워터 ‘제주용암수’까지 닥터유 브랜드로 편입시켰다. 닥터유 드링크는 4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며 영양강화 음료로서 연착륙했다. 제주용암수는 리뉴얼 이후 관련 매출이 1.6배 오르는 등 닥터유 효과를 누리고 있다.

오리온은 올해 닥터유를 ‘기능성 표시 식품’으로 재정비하고 빅 브랜드로 키우겠단 방침이다. 연내 상품군을 젤리와 초콜릿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오리온 관계자는 “올해는 닥터유가 제과 이미지를 탈피해 기능성 식품 브랜드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기능성 원료를 넣은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여, 국내외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겠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