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씨티은행 철수설 또…휘둘리지 말아야
[기자수첩] 씨티은행 철수설 또…휘둘리지 말아야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1.04.1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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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이솝 우화 중 양치기 소년 이야기가 있다. 양을 돌보는 것이 무척이나 지루했던 이 소년은 마을에 내려가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 소식을 믿은 마을 사람들이 우르르 양들이 있는 목장으로 향했다. 이 거짓말이 세 번이 넘어가자 실제 늑대가 나타나도 아무도 이 소년의 말을 믿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똑같은 내용이 3번 넘게 등장하면, 그에 대한 신빙성도 흐릿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3년을 주기로 세 번째 등장한 이번 한국씨티은행 철수설은 이 법칙에서 벗어났다.

지난 2월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에서 씨티그룹의 한국 철수 가능성이 보도되자, 국내 언론에서 이를 앞다투어 보도하기 시작했다. 벌써 세 번째 등장한 철수설에 관심이 시들할 법도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이 무성했다.

한국씨티은행 국내 점포 수는 작년 말 기준 38개로, 지난 2017년 133개였던 점포 수보다 반절이 넘게 줄었다. 또, 지난 2017년 두 번째 철수설이 지나간 후 씨티은행 당기순이익은 2018년부터 작년까지 꾸준히 줄었으니 씨티그룹에서 철수에 대한 고민을 할 만하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자 '한국씨티은행이 철수한다면'이라는 가정을 바탕에 두고 여러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씨티그룹이 소매금융 사업을 처분하고 기업금융과 자산관리에만 집중해 분리 매각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분리 매각이 진행되면, 이를 인수할 유력 후보는 누구일지 금융사들이 줄줄이 소환됐다. 하지만, 실제 이들 중 인수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곳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들은 매각이 공식화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인수 여부에 대해 밝히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씨티은행 철수 가능성에 대한 부분도 원점부터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외신을 통해 처음으로 철수설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와 관련해 한국씨티은행과 씨티그룹에서 직접적인 사실을 밝힌 바 없다. 오히려 씨티그룹은 매각에 대한 부분을 조심히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외신이 보도한 작은 가능성이 한국씨티은행이 철수할 것이라는 거대한 가능성으로 둔갑해버렸다. 이번 세 번째 씨티은행 철수설도 하나의 해프닝으로 지나갈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국내에서 외국계 기업이 철수했던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기에 외신 보도가 크게 다가올 수 있지만, '~하더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정확한 가능성을 두고 철수설에 무게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