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연금 리밸런싱에 의문이 드는 이유
[기자수첩] 국민연금 리밸런싱에 의문이 드는 이유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4.13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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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순매도 규모가 당분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 주식비중목표 이탈 허용 범위를 종전 ±2%포인트(p)에서 ±3%p로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유지 규칙 변경은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이뤄졌다.

우리가 미래의 자산시장을 확실히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국민연금의 이런 결정이 장래 좋은 성과를 낼지, 나쁜 결과를 불러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민연금이 장기적인 비전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기보단, 개인투자자들의 눈치를 본 정부의 압력으로 인해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물론 글로벌 자본시장 상황이 바뀌고 있다면, 기금 운용의 포트폴리오에도 이런 변화가 반영돼야 할 것이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위원장이나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또한 지난번 출입 기자 간담회를 통해 "과거의 포트폴리오 배분 원칙이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변화를 줘야 한다고 본다"며 국민연금의 자산 리밸런싱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국민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 배분이 중장기적인 시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연금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본 GPIF를 비롯해 자국 주식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해외 연기금들 또한 긴 호흡으로 수익률과 안정성을 고려해 그러한 비중을 설정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조정은 이런 중장기적 요소를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자본시장 전문가 대다수가 우리 시장의 펀더멘털(기초여건) 강세를 예견하고는 있긴 하지만, 코스피가 언제까지나 오를 것이란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과열이라고 해석해, 향후 조정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더군다나 지속적인 출생률 감소로 향후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 사람보다 수급자가 많아지면, 그 지급액은 주식과 같은 국민연금의 자산을 팔아 충당해야 할 것이다. 그때 국민연금이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해버리면 국내 증시는 더 큰 충격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이번 결정은 다른 연기금들의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국민연금이 여론의 압박에 따라 투자 비중을 조절하면서, 기금을 운용하는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 등도 마찬가지로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시 여론의 눈치를 보게될 수도 있다.  

연기금은 중장기적인 수익성과 안정성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연금을 수령하는 이들의 생활을 책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쪼록 이번 국민연금의 결정이 국가와 국민의 노후를 풍성하게 해줄 결정이었기를 바란다.

hong9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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