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명함 숨기는 주류들… 당대표·원내대표 선거 어쩌나
'친문' 명함 숨기는 주류들… 당대표·원내대표 선거 어쩌나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4.0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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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16일 원내대표 선거… 내달 2일엔 전당대회 예정
홍영표·윤호중 등 시동 거는데… 일각 "친문 퇴진론" 불만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최고위원들이 8일 국회에서 4ㆍ7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며 허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최고위원들이 8일 국회에서 4ㆍ7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며 허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6일 원내대표 선출에 나설 예정이다. 당 안팎에선 '친문계'가 당을 장악할 것이란 주장이 나오면서, 벌써부터 내홍 양상을 보이고 있다.

9일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원내대표 후보자 등록과 기호 추첨은 12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국회 본청에서 진행한다. 당일 기호 추첨 후 곧바로 후보자 등록을 공고할 예정이다.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합동연설회를, 15일에는 중앙당에서 두 번에 걸쳐 대국민 비대면 토론회를 실시하기로 했다.

홍 대변인은 "원내대표 선출 과정, 특히 2회에 걸친 토론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이유는 이번 재·보궐 선거에 담긴 민의를 철저히 반영하기 위해서"라며 "합동연설회 현장에 참석한 의원은 후보에게 공개적으로 질문해 누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후보인지 치열한 검증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민주당 의원단은 물론 국민께서도 원내대표 후보의 자질을 직접 확인할 수 있으며, 국민이 원하는 원내사령탑을 선출하는 성찰과 혁신의 과정이 될 것"라고 부각했다.

덧붙여 "민주당을 다시 미래지향적 정당으로 이끌 후보, 부동산 안정과 민생 현안 등 산적한 과제를 주도하고, 성찰과 혁신을 철저히 해내는 리더십(지도력)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며 "국민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사태를 조속히 수습하기 위해 5월 2일에는 당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회를 선출하는 전국당원대의원대회(전당대회)도 진행할 방침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부터)가 2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일산대교-미시령-마창대교 공정한 민자도로 운영 방안'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정성호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부터)가 2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일산대교-미시령-마창대교 공정한 민자도로 운영 방안'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정성호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당 안에선 벌써부터 '친문 일색이 될 것'이란 우려와 '친문퇴진론'을 요구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현재 원내대표 선거 후보에는 4선 윤호중·박완주 의원, 3선 김경협 의원 등이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당 대표 후보군에는 홍영표·송영길·우원식 의원 등 친문 성향이 강한 인사가 포진하고 있다.

특히 원내대표 도전 물망에 오른 윤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개정안과 임대차 3법 등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거의 모든 법안을 주도적으로 통과시켰다. 이번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때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해 "쓰레기"라고 일컬으며 "분리수거를 잘 해야 한다"고 힐난하기도 했지만, 선거 결과는 여당 심판이었다.

당 대표에 도전할 것이 유력한 홍 의원 역시 지난 20대 국회 후반기 원내대표로 활동하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법 등을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를 강행하는 등 야당과의 극한 대치로 정국경색을 유발했단 평가를 받는 인사다.

그럼에도 당내 주류가 기득권을 유지할 조짐을 보이자 박용진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새로운 인물, 새로운 가치, 새로운 노선을 표방할 수 있어야 당을 그렇게 움직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고언했다.

당 안에서 소장파로 손꼽히는 조응천 의원도 "우리 당의 잘못으로 지적받은 '무능과 위선, 오만과 독선'에 대해 상당한 책임이 있는 분이 아무런 고백과 반성 없이 원내대표와 당 대표로 당선됐을 경우 국민이 우리 당이 바뀌고 있다고 인정해줄까 두렵다"며 "우리 당이 부정적 평가를 받은 것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가급적 이번 당내 선거에 나서지 않으시길 바란다"고 고언하기도 했다.

조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민주당의 재보선 패배 후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입장문을 통해 "겸허히 받들겠다"고 인정한 만큼, 친문이 원내외 수장으로 발탁된다면 여론의 공분에 부채질만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전날 최고위원에서 물러난 노웅래 의원 역시 "벼랑 끝에 서서 쇄신을 해야 하는 마당에 쇄신의 얼굴로 당내 특정 세력의 대표를 세우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 될 것"이라며 "국민을 바보로 보는 것 아닌가"라고 불쾌감을 피력했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가 28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북구가 지역구인 전재수 의원과 손을 맞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가 28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북구가 지역구인 전재수 의원과 손을 맞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친문계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당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인호 의원은 노 의원의 발언을 두고 "이해가 잘 안 가는 측면이 있다"며 "저희 당에선 열린우리당이나 통합민주당 시절처럼 계파가 당내 갈등의 원인이 된 적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선거 패배 이유는 당정청 전체가 져야 할 문제"라며 "특정 개인이나 몇 사람 문제로 바라보면 우리 전체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소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전재수 의원도 "누가 친문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선출된 원내대표가 얼마나 무거운 민심을 잘 받드느냐, 얼마나 쇄신의 내용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훈수했다.

당 초선 의원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자책하면서도 입지를 잃지 않기 위해 역할 찾기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고영인 의원은 이날 당내 초선 의원 중심으로 긴급 간담회를 열고 "당 지도부와 정부가 더 큰 책임이 있겠지만, 우리도 그 일원으로서 초선에게도 여러 가지 반성할 게 있다"면서도 "오히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역할이 적지 않았나, 이럴 때 우리가 역할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번 간담회는 앞서 초선 의원 중심으로 소통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