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vs '통합'… 성적표 받아든 여야, 곧바로 '재편'
'쇄신' vs '통합'… 성적표 받아든 여야, 곧바로 '재편'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4.0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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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도부 '총사퇴'… 원내대표·당대표 조기 선출
국민의힘, 국민의당과 '통합' 시동… 대권 구도도 격변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최고위원들이 8일 국회에서 4ㆍ7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며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최고위원들이 8일 국회에서 4ㆍ7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며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보궐 선거에서 극명히 다른 성적표를 받아든 여야가 일제히 재편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로 체제를 전환한 후 고강도 '쇄신'에 들어갔고, 국민의힘은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기대를 걸어보면서 야권 '통합'에 시동을 걸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8일 전원 사퇴하고, 오는 16일 원내대표 선거에 이어 다음달 2일 당 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다. 행사를 치르기 전까진 도종환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다.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에는 변재일 의원을 추대했다.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지도부는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한다"고 알렸다. 덧붙여 "지도부의 총사퇴가 이런 혁신과 성찰의 출발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인호 당 수석대변인은 혁신 방안에 대해 "의원·당원과 소통을 전면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정의와 관련해선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또 "의원총회에선 재보선 원인을 제공한 정당으로서 책임을 다했는지 여부를 성찰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부동산 대책 관련 견지해야 할 내용 등에 대해 잘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격랑 속 내홍이 예상되고 있다. 이날만 해도 일부 최고위원은 비대위원 구성에 대해 "이게 쇄신이냐" 소리치며 불만을 노골적으로 내비치는 등 엇박자를 낼 기미를 보이고 있다.

4.7 재·보궐선거를 마지막으로 국민의힘을 떠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기념액자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7 재·보궐선거를 마지막으로 국민의힘을 떠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기념액자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박수 갈채 속 물러난 후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과의 통합이 직면 과제로 떠올랐다.

다만 이에 앞서 국민의힘 안에선 김 위원장의 자리를 이어받기 위한 차기 당권 경쟁이 있을 예정이다. 재보선 압승으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단 점에서 각축전은 더욱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이때까진 주호영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으로 당을 책임진다.

세부 일정은 아직 유동적이다. 원내대표 선거를 치른 후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방안과 주 원내대표 체제에서 전당대회를 실시하는 방법, 나아가 국민의당과의 합당 후 통합 전당대회 가능성도 물망에 오르내린다.

다만 이같은 과정에서 경쟁이 과열할 경우엔 중도층과 지지층이 언제 다시 등을 돌릴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의총에서 "(재보선 승리는) 국민이 주신 값진 승리이고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결과"라면서도 "이번 선거 결과를 국민 승리로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이 승리한 거라 착각하면서 개혁의 고삐를 늦춘다면 당은 다시 사분오열하고 민생회복할 천재일우 기회는 소멸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정당을 스스로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외부 세력에 의존한다든지, 그것에 더해 당을 흔들 생각만 한다든지, 정권을 교체하자는 수권 의지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당권에만 관심 보이는 사람이 내부에 많다"며 "그런 욕심과 갈등은 그간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언제든 재현될 조짐을 보인다"고 고언하기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권 구도 역시 격변할 공산이 커졌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가장 큰 책임을 지게 됐다. 이 위원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성찰의 시간을 찾겠다"며 "대한민국과 민주당의 미래를 차분히 생각하며 낮은 곳에서 국민을 뵙겠다"고 당분간의 자숙을 예고했다. 대선이 1년, 당내 경선이 최소 두 달여 남은 만큼 재기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당 안에서 나오는 대권 경선 연기론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선거 패배의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제3의 인물론이 나오기 전에 입지 굳히려는 것으로 읽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이 위원장이 뒤로 물러났다는 점에서 재보선 결과가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생겼다. 다만 코로나19 확진세가 가라앉을 기미가 없고, 정부에 대한 여론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점에서 당 안팎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진 미지수로 남았다.

야권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셈법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손을 잡을지, 제3지대를 형성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과 홍준표 무소속 의원까지 가세해 3강 경쟁을 시도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