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호 CJ푸드빌 대표, 글로벌 뚜레쥬르 키워 반전 노린다
김찬호 CJ푸드빌 대표, 글로벌 뚜레쥬르 키워 반전 노린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4.09 0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쪼그라든 외식사업에 주력 제빵 중심 기업가치 제고 급선무
국내 성장 제한, '월드베스트 CJ' 맞춰 해외시장 무게중심
미국서 3년 연속 흑자…다양성 강점 K-베이커리 도약 기대
김찬호 CJ푸드빌 대표. (제공=CJ푸드빌)
김찬호 CJ푸드빌 대표. (제공=CJ푸드빌)

김찬호(50·사진) CJ푸드빌 대표는 지난해 불거진 뚜레쥬르 매각 이슈 등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고 반등을 노린다. 

일각에선 '월드베스트 CJ'를 추구하는 그룹 전략을 감안할 때 기업가치 제고가 급선무인 김 대표는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뚜레쥬르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뚜레쥬르가 CJ푸드빌의 위상을 다시 세울 수 있는 반전 카드로 떠오를지 업계 관심은 집중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찬호 대표는 CJ푸드빌을 이끈 지 5개월로 접어든 가운데, 대표 베이커리 브랜드인 뚜레쥬르를 중심으로 활로 찾기에 고민이다. 

CJ푸드빌은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베이커리와 함께 매출의 다른 한 축을 맡은 외식사업이 장기간 침체되면서 어려움이 컸다. 실제, 2015년 92개에 달했던 대표 브랜드 ‘빕스(VIPS)’는 올 3월 기준 33개로 1/3 급감했고, 한식뷔페 계절밥상은 2017년 54개에서 현재 2개만 남아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책임진 외식사업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대거 철수하면서 CJ푸드빌 몸집도 쪼그라들었다. 2017년 당시만 해도 매출액은 1조4000억원을 넘어섰지만, 2019년엔 8903억원으로 불과 2년 새 40%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3%가량 줄어든 2915억원에 그쳤다. 이중 매출의 77%는 뚜레쥬르에서 나왔다. 전년인 2019년 전체 매출에서 뚜레쥬르가 차지한 비중은 48%였다. 뚜레쥬르는 꾸준한 흑자를 내고 있고, 지난해 영업이익률도 전년보다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식 매장 수가 코로나19 여파로 지속 축소되는 점을 고려할 때, 뚜레쥬르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뚜레쥬르는 지난해 그룹의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매각을 공식화했지만, 결과적으론 철회됐다. 김 대표는 뚜레쥬르의 경쟁력을 키워 기업 가치를 다시 높이는 쪽으로 경영전략을 세웠다. 

서울의 어느 뚜레쥬르 매장. (사진=박성은 기자)
서울의 어느 뚜레쥬르 매장. (사진=박성은 기자)

국내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뚜레쥬르는 SPC 파리바게뜨에 이어 2위 사업자다. 매장 수는 1300여개,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은 25.8%(자체 추정)다. 

최근엔 네이버 스마트주문·배달 애플리케이션 요기요 등 비대면 O2O(온·오프라인 결합) 마케팅을 강화해 성과를 얻고, 올 들어 내놓은 ‘순진우유 시리즈’와 교촌치킨과 협업한 고로케 등 신제품도 잇달아 히트상품으로 등극하면서 경쟁력은 배가되는 모습이다. 

다만, 정부가 2013년부터 제과 프랜차이즈를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출점 제한에 한계가 있다 보니, 내수에서의 공격적인 성장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까닭에 김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무게 중심을 두고 뚜레쥬르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빕스 등 외식 브랜드들은 그룹의 월드베스트 CJ 철학에 비춰볼 때 현지화 하긴 쉽지 않다”면서도 “뚜레쥬르는 일찍부터 해외에 진출했고 일정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김 대표가 어떻게 키우냐에 따라 푸드빌 위상 제고는 물론 그룹이 원하는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뚜레쥬르는 현재 중국과 미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몽골 등 해외 6개국에 진출했다. 글로벌 매장 수는 280여개다. 특히, 첫 진출국이자 전 세계 베이커리 시장의 핵심인 미국에서 뚜레쥬르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미국에선 2004년에 뚜레쥬르 1호점을 냈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6개의 신규 매장을 출점했다. 미국 매장 수만 60여개가 넘는다. 대부분이 가맹점인데, 현지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입증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8년에는 미국에 진출한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최초로 흑자를 낸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확산으로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가맹점 배달 매출은 도입 초기와 비교해 2.2배 이상 늘었다.

뚜레쥬르는 미국에서 꾸준한 인지도를 얻으며 경쟁력을 쌓고 있다. 뚜레쥬르 미국 매장에 대한 SNS 반응. (관련 인스타그램 캡쳐)
뚜레쥬르는 미국에서 꾸준한 인지도를 얻으며 경쟁력을 쌓고 있다. 뚜레쥬르 미국 매장에 대한 SNS 반응. (관련 인스타그램 캡쳐)

뚜레쥬르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매장에선 현지 전문가를 채용해 글로벌 식문화 트렌드를 빠르게 읽으면서도, 한국적인 식재료를 가미하며 K-베이커리의 개성을 함께 강조하고 있다. 시그니처인 생크림 케이크와 김치 고로케, 단팥빵 등 한국스타일의 빵은 해외에서 호응이 크다. 매장별로 차이는 있지만, 제품 취급만 최대 300여종에 이른다. 또, 국내 핵심 R&D(연구개발) 인력을 정기적으로 글로벌 매장에 파견해 최신 베이커리 트렌드에 맞는 제조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CJ푸드빌은 뚜레쥬르를 대표 K-베이커리로 키워 브랜드 가치를 지속해서 높이겠단 구상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진출국마다 접근 전략은 다소 다르지만 제품 다양성과 품질을 최우선하면서 뚜레쥬르의 글로벌 인지도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며 “코로나19 등 여러 변수를 검토해야 하는 만큼 해외매장 확대에 대한 계획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성장세를 보이는 미국의 경우 매장을 더욱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