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전한 ‘TV 토론회’, 능력 검증은 강화해야
[기자수첩] 선전한 ‘TV 토론회’, 능력 검증은 강화해야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1.04.0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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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이번 4·7 재·보궐선거 관련 ‘TV 토론회’를 강하게 비난하려 했다. 토론회 개최의 본질을 흐린 채 그저 네거티브 수단으로 이용되는 일례의 모습이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적을 하더라도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서울시장 후보가 나와 각축을 벌인 3번의 토론회 중 한 회를 정해 다시보기를 했다. 그러나 토론회를 본 후 기자는 소위 까대기 모드에서 완화 방향으로 생각이 선회됐다.

토론을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의 가치관(공직관), 협조심, 표현력, 업무 전문성, 문제 해결 능력, 품행, 청렴성 등을 총체적으로 검증하기 위함이다.

후보자들은 최소 1000만명의 면접관이 동원되는 다수대 다수 방식의 면접에 참여한다는 심정으로 토론회에 임했을 것이다. 기자 역시 면접관이 된 심정으로 날카롭게 이들의 말에서 행간을 읽어봤다.

후보자들의 떨림과 다급함, 그러면서도 평정심을 찾으려는 모습이 전달됐다. 2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회는 굉장히 신사적이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비방이 크게 난무하진 않았다.

선전했다고 느낄 정도의 수준은 된 데 따라 애초 비난하고자 한 마음은 흥미로움으로 돌아섰고, 더 나아가 토론회가 조금 더 다듬어지면 국민이 후보를 선택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됐다.

토론회가 형식에 그치지 않고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할까. 무엇보다 검증의 강화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일단 선거 토론회는 공직자를 뽑는 것이므로 정책 검증 전 공직가치관, 애국심 검증이 있어야 한다. 한국전쟁 발발 시기, 시대를 대표하는 왕의 족적 등 상식 수준을 알 수 있는 가벼운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공무원 헌장이나 공무원 정신자세 등 공직가치관을 가늠하는 질문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주제에 대한 추가질문이 이어져야 한다. 가령 ‘지역의 노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후보자들이 답하면 그 답에 대한 추가 질문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이어지면 단순히 ‘~ 하겠다’ 식의 준비된 대답이 아닌 디테일한 답이 나올 수밖에 없어 검증이 수월해진다. 어떤 상황을 준 후, ‘당신이라면 어떻게 해결 하겠는가’와 같은 상황제시형 질문도 필요하다.

진짜, 가짜 구별 없이 넘쳐나는 정보의 바다에서 토론회가 내실을 다져 제 기능을 한다면 국민 선택에 도움을 주는 충분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토론회를 본 후에야 비로소 후보를 선택할 수 있었다는 말이 들릴 정도로 토론회의 입지가 커지길 바래본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